태미 볼드윈(Baldwin·50). 다소 평범해 보이는 금발의 미국 여성이 미국 정치사를 다시 썼다. 상원 의원 선거 사상 처음으로 '동성애자'로 당선된 것이다.

7차례 위스콘신주 하원의원을 지냈던 볼드윈 민주당 위원은 이번 선거에서 위스콘신 주지사 출신인 공화당의 토미 톰슨 후보를 제치고 첫 상원의원 자리에 올랐다. 그녀는 당선 소감에서 "역사가 아닌 변화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상원의원 선거가 미국인과 또 여성 삶의 경험을 좀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역사상 가장 정치적으로 성공한 동성애자 중 하나로 꼽히는 그녀는 위스콘신 출신 토박이다. 매디슨 고교 졸업 당시 최우등 졸업으로 학교 축사를 했고, 24세 때엔 데인 카운티 지역감리위원회 멤버로 선출될 정도로 지역에서 명망이 높았다. 위스콘신 주 의회의원 입성 당시인 1992년 이미 '동성애자'로 알려졌었다. 1998년 하원의원에 선출되면서 워싱턴 정계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 위스콘신 주는 그녀의 열정 덕에 6년 전에 동성애 결혼 합법 안이 통과됐다.

최근 미국에서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되는 경향이 늘어나고, 동성애자의 법적 지위도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 보수적인 색채의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동성애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미국 동성애 협회에선 미 의회에 실제 동성애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지난해 1월 개원한 제112회 미국 의회 의원 중 공공연히 밝힌(openly gay or lesbian) 동성애자는 그녀를 포함해 단 4명뿐이다.

미 현지 언론은 그녀의 상원 진출이 단지 동성애의 인권만을 확대시키는 것뿐만이 아닌 각종 차별로부터의 인권 신장을 확대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CNN 등 현지 언론은 "볼드윈의 성적 취향이 그녀의 유명세와 함께 따라다니긴 했지만 오히려 선거기간 내내 그러한 이슈는 잠잠했다"며 "상원 의원 진입 등으로 인한 여성 인권 신장 등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볼드윈은 LGBT(성적소수자·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성전환자를 일컫는 말) 이슈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의회 내 LGBT 평등 간부회의 공동 대표를 맡으면서 고용 차별금지법(Employment Non-Discrimination Act)과 다른 법안들을 발의, 발전시키는 데 적극적이었다. 또 지난 2009년 확장된 증오범죄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인권 신장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했다.

이번 선거에선 여성들의 진출이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2013년 1월 개원하는 제113대 미 연방의회에는 역대 최다인 20명의 여성 상원의원이 진출했다. 현재는 17명이다. 상원 선거에서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공화), 태미 볼드윈(위스콘신·민주), 메이지 히로노(하와이·민주) 등 6명의 여성의원이 새로 의회에 입성했다.

뉴햄프셔의 경우 미 역사상 최초로 상원과 하원, 주지사마저 모두 여성이 휩쓴 주가 됐다. 주지사 자리는 매기 하산 전 하원의원이 차지했다. 하원 두 자리는 캐럴 쉬어-포터 전 하원의원과 앤 맥레인 커스터 변호사가 차지했다. 재직 중인 상원의원 2명도 모두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