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 기자] '훌쩍 훌쩍'.
영화 '늑대소년'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다. 기자 시사회를 보고도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오롯한 감정이 가시지 않아 개봉 후 직접 티켓을 사 영화를 다시 한 번 봤는데 두 번 다 영락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관객들이 부지기수였다. 손바닥까지 부딪혀가며 실컷 웃다 보면 어느새 눈물 콧물 훌쩍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 우리네 삶과 같다. 기쁘다가 슬프기도 하고 사랑하다가 그리워지기도 하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착하고 잔잔하다. 기분 좋은 웃음이 있고 말랑한 장면들도 여럿 깔린다. 하지만 클라이맥스에 이르고 후반부에 접어들면 가슴이 찢기는 슬픔까지 맛보게 한다. 인터뷰를 위해 감독을 마주하고 나니 '아, 늑대소년을 만든 사람답구나'라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동경하고 영화 '이티'나 '구니스'에 꽂힌 조성희 감독은 따뜻한 인간미와 동시에 번뜩이는 상상력을 겸비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조 감독과의 일문일답.
-첫 상업영화다. 소감은?
작업할 때는 재밌었다. 단편 영화를 할 때랑은 시스템도 다르고 규모도 달랐다. 굉장히 재미있게 작업하고 많이들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지냈다. 지금은 개봉을 앞둔 감격이 남다르다. 내가 이런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연출을 했다는 것이 과분하다는 생각이다. 내가 가진 것에 비해 너무나 과분하게 누리고 있다. 개봉하기까지 도와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고. 흥행 결과가 좋던 나쁘던 내겐 큰 의미로 남을 작품이다.
-언론 시사 및 VIP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미리 본 가족이나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어머니와 아버지 이모가 시사회에 오셨다. 극장에 잘 안다니시는 분들인데.. 개인적으로 가족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건데 어르신들이 좋아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영화 아카데미 친구들, 동기들은 '더 잘하지 그랬냐'고 잔소리도 하고 그러더라. 하하.
-'남매의 집' 등 이전에 연출했던 단편 영화보다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반응들이 많다. 아무래도 상업 영화로서의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상업 영화니까 상업적으로 만들어야지 했던 건 아니다. 물론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었겠지만.. 예전에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던 적이 있다. 내가 연출한 '짐승의 끝' 스타일의 영화도 좋아하지만 '늑대소년' 같은 영화도 원래 좋아한다. '구니스'나 '이티'같은 영화도 너무 좋아했다. 가족들이 볼 수 있는 귀엽고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게 목적이었다.
-'늑대소년'엔 로맨스에 판타지가 혼재하는 느낌이다. 원래 좋아하는 장르가 이런 건가
원래 SF 장르를 좋아한다. 로봇이나 괴물 같은 신기한 것들이 나오는 게 좋다. 스티븐 스필버그나 데이빗 린치 감독을 좋아한다. '이티'나 '미지와의 조우', '트윈픽스' 같은 영화들을 너무 좋아해 무척 많이 봤다. 너무 아동 취향인가. 하하.
-'늑대소년'은 꽤 오래 묵혀온 시나리오라 들었다. 애초와 달라진 점이 있나
사실 영화 아카데미 다닐 때 시놉시스를 써놨던 건데 창고에 오래 뒀다. 원래 연출하려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게 있었는데 제작이 좀 미뤄져서 뭘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창고에 있던 걸 다시 꺼내 본 거다.
처음 시놉시스상으로는 늑대인간은 아니었고 사회화되지 않고 야생성이 있는 위험한 인간정도로 생각했다. 또 영화와는 달리 소년과 소녀가 바뀌어 있다. 야생성을 지닌 쪽이 소녀고 그와 교감하는 쪽이 소년이다. 처음엔 전체적으로 무척 어둡고 무거운 무드였다. 잔인한 장면도 많았고 결말도 비극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늑대소년'으로 해보고자 하면서 가족들이 볼 수 있게 하잔 목적으로 많이 바꿨다. 엄마가 봐도 아이들이 봐도 재미있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송중기가 늑대로 변하는 과정, 그 장면에 대한 아쉬운 지적들도 보인다
시각 효과. 특수 분장, CG라던지 아쉽다는 평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일단은 특수분장팀이나 CG팀은 내가 생각했던 거 보다 몇 배 이상 잘해주셨다. 우리가 가진 여건 안에서 좋은 결과를 뽑아 주셨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정말 리얼한 괴수보다는 늑대 인간이어도 괴수보다는 사람 남자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의 모습을 많이 남기다 보니까 어설프게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영화로서는 그 선이 적당하다고 생각했고 다시 한다고 해도 이 정도로 표현할 것이다.
-소위 '우윳빛깔' 송중기에게서 어떻게 늑대의 가능성을 발견했나
처음에 그렸던 이미지가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송중기는 굉장히 건강하고 순수할 것 같으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무언가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캐스팅 후에 성실하게 연구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해줘서 더 좋았다.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고 늑대 특유의 호흡이나 리듬감 같은 것들도 마임 훈련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준비해줬다. 아주 열정적인 노력파 배우다.
-'소녀' 박보영도 '포텐 터졌다'는 평들이 봇물이다
같이 작업하기 전에는 도도하고 그런 어린 여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함께 해보니 무척 편안한 사람이었다. 그러한 편안함이 캐릭터에 묻어나온 것 같아 좋다. 영화 중에 기타 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열심히 연습을 하더라.
-유연석의 악역도 인상 깊다. 그를 '지태' 역할에 캐스팅하게 된 계기라면?
유연석의 실제 모습은 착하고 귀여운 구석이 많다. 겸손한 사람이고. 처음에 오디션을 봤는데 대사 처리가 세련됐더라. 우리 영화는 어차피 리얼리티를 바탕에 둔 영화가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만화 같고 동화 같은 작품 아닌가. 사실적으로 연기하기보다는 다소 과장된 연기가 필요했다. 마치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악당의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잘 살려준 것 같다. 사실 유연석을 잘 보면 이렇게 보면 순하고 귀여운 이미지지만 다르게 보면 느끼하고 비열한 느낌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최고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감독으로라기보다.. 개인적으로는 군청에서 엄마가 공무원 얘기를 듣고 받아 적는 장면이 좋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하하. 또 소년과 소녀가 동네 아이들과 축구하는 장면도 좋고.
-첫 상업 영화를 끝냈는데 차기작도 궁금하다
음.. '늑대소년' 보다는 조금은 무거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감성적이거나 멜로가 들어간 작품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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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