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륜형 한국고용정보원직업연구센터 연구원

칵테일은 특별한 술이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색깔과 장식이 시선을 사로잡고, 저마다 흥미로운 스토리가 담겨 있으며, 맛만큼이나 이름도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한 잔 한 잔 만드는 방법이 다 다르다. 기본 레시피는 있지만 고객의 주문에 따라 제조법을 달리하는 등 만드는 사람의 섬세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

'술을 만든다'는 뜻에서 조주사(造酒士)로도 불리는 바텐더(bartender)는 각종 주류에 향신료·과일·크림 등을 섞어 여러 가지 맛과 향의 칵테일을 만든다. 크게 △호텔이나 클래식 바 등 전통적 바(bar)에서 근무하는 바텐더 △외식업체나 바 전문점에서 쇼맨십을 발휘하는 바텐더로 분류된다. 둘 다 고객의 요구에 맞는 칵테일을 만드는 게 기본 업무다. 다만 전자는 음료 제조 그 자체에, 후자는 음료 제조 과정을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데 좀 더 주력한다.

바텐더는 먼저 바(bar) 오픈 전 작업대를 정리하고 칵테일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 주류와 칵테일용 과일, 증류수 등의 재고 상태를 확인하고 식재료가 부족하면 주문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영업이 시작되면 본격적 음료 제조에 들어간다. 코냑·위스키·진·보드카 등을 레시피에 따라 혼합하고 레몬조각·버찌·올리브 등으로 장식한 후 고객에게 제공한다. 일부 바텐더는 고객에게 춤이나 마술, 셰이커(shaker) 흔들기 기술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최근엔 칵테일의 시각적 아름다움과 새로운 맛을 기대하는 고객이 많은 만큼 다양한 칵테일 제조기법을 익히기 위해 관련 서적을 읽거나 바텐더 경연 대회에 참가하는 바텐더 숫자도 늘었다.

과거엔 바텐더 보조원으로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아 근무 조건이 좋은 직장으로 진출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외식산업이 발전하면서 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 학과와 사설 교육기관이 잇따라 생겨났다. 호텔처럼 일정 규모를 갖춘 곳에선 (국가 자격인) 조주기능사자격증 취득자에 한해 채용하며 외국인 고객을 접할 때가 많은 만큼 기본적 외국어 능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바텐더에게 볼거리를 기대하는 고객이 많으므로 칵테일 쇼나 마술 같은 쇼맨십 기술을 익혀두면 취업에 유리하다.

바텐더는 서비스업이므로 고객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부류의 고객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하므로 공통 관심사인 주류별 어원이나 유래, 마시는 방법, 에피소드 등은 물론 역사·음악·시사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 칵테일 제조 기술은 비교적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지만 바텐더의 '내공'에 해당하는 관련 지식을 습득하려면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경제 성장에 따른 삶의 질 향상으로 외식산업이 발전하고 있으며 식음료 문화 역시 고급화·다양화되는 추세다. 특히 웰빙에 대한 욕구 증대로 낮은 도수 주류 선호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칵테일·와인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음주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바텐더의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업적 특성상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해야 하고 체력적 소모도 크므로 종사자 대다수가 이삼십대로 직업적 생명이 다소 짧은 편이다. 칵테일 분야가 상대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어서 경제 상황에 따라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