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영국 등 8개국 132명의 과학자가 6년여의 연구 끝에 돼지의 게놈(genome·유전정보 전체)을 완전히 해독했다. 한 해 1억t 이상이 소비되는 돼지의 품종 개량은 물론 인간의 질병 치료에도 큰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돼지는 해부학적으로 인간과 장기가 가장 비슷해 당뇨병 등으로 장기가 망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에 최적의 동물로 평가된다.
미국 일리노이대와 네덜란드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컨소시엄은 15일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표지 논문에서 "돼지가 인간과 비슷한 2만5000개의 유전자를 가졌으며 이 유전자들이 총 29억쌍의 염기 구조로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는 박찬규(건국대)·김희발(서울대) 교수와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연구진 등 한국 과학자 14명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또 돼지의 냄새 맡는 능력이 유전적으로 개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미각 관련 유전자는 기능이 떨어져 돼지는 맛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짠맛은 거의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는 또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유래해 약 100만년 전 유럽과 아시아로 나뉘어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했고,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유럽과 아시아 품종 간 교배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찬규 교수는 "치매 등 질병 치료 연구에서 쥐보다 더 정확한 동물 모델로 돼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