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기자] "요새 축구선수들은 키가 다들 커".

호주전이 끝난 후 잠시 휴식기간을 갖게 된 최강희 축구 대표팀 감독은 문득 선수들의 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울산의 '거신병' 김신욱(24, 196cm)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김신욱은 K리그를 대표하는 장신 공격수다. 큰 키와 탄탄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파괴력은 물론 제공권 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지녔다. 하지만 키 때문에 과소평가될 뿐이지 사실 머리보다 발밑이 더 좋은 선수 중 하나다.

어릴 때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던 김신욱은 중앙 공격수로 포지션 전환을 한 케이스다. 이 때문에 큰 키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발재간을 갖추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오히려 키 때문에 다른 기술적 부분이 과소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감독은 김신욱을 떠올리며 "예전 같았으면 185cm만 되도 축구선수 중에서는 무척 장신이었는데 요새는 보통 그 정도들 되더라"며 웃었다. "키가 크면 둔하다는 편견이 있어서인지 애들이 내색을 잘 안하더라. 농구는 어떻게서라도 키를 늘리려고 하는데 축구는 그런 게 없다. 내가 볼 때 김신욱은 195cm인 심우연보다 확연히 커 2m는 될 것 같아 물어보면 '196cm가 맞다'고 강조하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선수 시절 175cm에 마른 체격을 지니고 '스태미너의 화신'으로 불리며 그라운드를 누비던 최 감독은 부쩍 커진 선수들의 체격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의 애제자인 이동국만 해도 프로필 상 키가 딱 185cm다. 큼직큼직한 선수들이 많다.

이동국 이야기를 하니 기성용이 떠오른 최 감독은 "기성용도 키가 부쩍 컸더라"며 운을 뗐다. 사실이다. 이동국과 나란히 서 있으면 기성용의 머리가 눈에 띄게 더 높은 곳에 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프로필에 나와있는 기성용의 키는 186cm지만, 유럽 진출 후 5cm 가량이 컸다. 이제 기성용의 키는 191cm다. 높이에 있어서는 어지간한 유럽 선수 못지 않다.

거칠기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그리고 세계 전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두 모인 잉글랜드 무대에서 밀리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이유다. 190cm를 훌쩍 넘는 선수들의 높이는 최 감독이 그리는 대표팀 청사진에 있어 큰 무기다. 지나가는 말로 꺼낸 키 이야기에서도 대표팀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최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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