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선일보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작은 결혼식을 약속한 일반인들에게 공공기관을 개방해주는 '100쌍 캠페인'을 펼쳤다. 1년이 지난 현재, 이들은 자신들의 결혼식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난달 열린 후기(後記) 공모에서 참가자들은 "직접 '작은 결혼식'을 해보니 우리나라 결혼 문화가 얼마나 낭비가 많은지 더 잘 알게 됐다"고 했다.
이재창(30·엔지니어)·박보람(30·대안학교 교사)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통 혼례를 올렸다. 두 사람은 "부모님 도움은 100원도 받지 말자"며 결혼식 비용을 모았다. 야외 예식이라 근처 식당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번거로웠지만, 전통 혼례에는 절차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어 만족스러웠다. 이들은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주위에서 '인생에 한 번뿐'이라고 부추기는 사람이 많다"면서 "자기가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잡고 소신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고정표(32·회사원)·김은경(30·회사원)씨 부부는 11월 10일 청와대사랑채에서 결혼했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던 두 사람은 닥나무 실로 짠 드레스를 입고, 옥수수 재생용지로 청첩장을 만들어 돌렸다. 하루 쓰고 버리는 꽃 대신 화분 200개로 식장을 꾸미고, 하객들에게 선물했다. 신랑은 "주위 커플들이 작은 결혼식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부모님을 설득하기 힘들어 결국 남들과 똑같이 식을 올리더라"면서 "좀 힘들더라도 작은 결혼식을 하면 평생 추억이 된다"고 했다.
여춘구(29·회사원)·최나다(28·회사원)씨 부부는 지난해 9월 서울 북한산의 야외카페 '투데이스'에서 결혼했다. 최씨는 "작은 결혼식은 허례허식을 깨자는 것이지 추레하게 결혼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100~200명이 모일 수 있는 깔끔하고 특별한 공간이 좀 더 많이 개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