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이자벨 스타키(30)씨는 지난해 한국에 '일'을 하기 위해 입국했다. 그는 서울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주일에 30여시간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임금도 한국인과 같이 시급 5500원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최저임금은 한국의 3배다. 그는 왜 저임금을 받으며 동양의 먼 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스타키씨가 한국에서 일하게 된 것은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 프로그램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국가 간 워킹홀리데이 협정이 체결되면 만 30세 이하 청년들은 협정이 체결된 국가에서 일을 하며 여행을 즐기는 등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한국은 1995년 처음으로 호주와 이 협정을 맺은 이래 지금까지 모두 14개국과 협정을 체결했다.

지금까진 주로 해외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한국 청년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외국인들의 입국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으로 떠나는 한국 청년들은 2005년 2만1103명에서 2012년 4만4222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반대로 한국을 찾는 이 프로그램 참가자(이하 워홀러)는 2005년 466명에서 2012년에는 1345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적도 다양해졌다. 2005년 외국인 워홀러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단 4개국에서 왔지만 지난해엔 모두 13개국에서 한국을 찾았다.

협정 체결 초기에는 외국인 워홀러 대부분이 한국에서 자국어를 가르치는 학원 강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최근엔 학원 밖에서도 외국인 워홀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 온 구보 슈운(28)씨는 서울 압구정의 한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헤어디자이너가 된 후 한국의 헤어스타일링을 배우기 위해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했다. 구보씨는 "일본의 미용 기술이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발달했지만 아이돌 스타 헤어스타일은 한국이 한 수 위"라고 했다.

한국에 대한 호감 때문에 무작정 한국을 찾은 외국인도 있다. 프랑스인 마조리 모토(25)씨는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어를 연습하고 있다. 그는 "돈을 벌 목적보단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모토씨는 "한국은 무질서하지도 경직되지도 않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며 "프랑스에 돌아가 석사과정을 마친 후 다시 한국에 와 일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 온 독일인 프랑크 슈나이더(가명·29)씨는 이달 말 한국 여성과 결혼해 한국에 정착할 예정이다. 한국인 여자 친구가 2011년 귀국하자 슈나이더씨는 이듬해 3월 한국에 따라왔다. 그는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라 처음엔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지만 정치·사회문제연구재단 무급 인턴, 방송사 외국인 단역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인들과 만나며 한국의 매력에 빠졌고 정착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워홀러가 근무하는 분야도 다양하다. 학원 강사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통역원, 화장품 판매원, 카페 종업원도 있다. 스타키씨는 "한국의 시급이 적은 편이지만 물가가 프랑스에 비해 저렴해서 아껴 살면 된다"며 "한국에서의 워킹홀리데이 1년 동안은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의 거리를 거닐며, 완전한 한국인을 체험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