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45)씨는 며칠 전 대학생 딸에게 아이들 말투를 흉내 내 문자를 보냈다. '왜 이렇게 추운지 모르겠어염.' 그러자 "엄마, 애들 말투 따라하는 티가 팍 난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김씨가 "그럼 너희들은 뭐라고 하는데?"라고 묻자 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린 그냥 '개추워'라고 해."

'정말'이나 '매우'의 의미를 지닌 접두사 '개-'가 인터넷 언어를 중심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최근 10여년 동안 빈번히 사용됐던 '왕-' '짱-' '캡-' '초-' '완전-' 등도 여전히 쓰이고 있으나, 역시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개-'다. '개시끄럽다' '개귀찮다' 같은 부정적 말뿐 아니라 '개좋다' '개예쁘다' 등의 긍정적 표현에도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좀 더 발음이 강화된 '캐-'(캐감동·캐고생 등)도 눈에 띈다.

강희숙 조선대 국문과 교수는 이런 현상을 모아 논문을 발표했다. '통신언어에 나타난 역(逆)문법화 현상 고찰'이다. 논문은 "접두사 '개-'는 원래 '개살구' '개떡'에서 보듯 큰 의미 없는 요소였으나, 요즘엔 자립성을 지닌 부사로 쓰이는 '역문법화' 현상을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이런 표현에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청소년들이 사회에 지닌 불만·부정 심리를 표출하는 동시에 △'나는 이 정도는 우습게 본다'는 힘의 과시 △과격한 언어 표현으로 인한 정서 파괴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