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center"><span style="padding: 0 5px 0 0;"><a href= http://www.yes24.com/24/goods/8677943?CategoryNumber=001001017001007001&pid=10671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chosun.com/books/200811/buy_0528.gif width=60 height=20 border=0></a></span><

디지털 치매|만프레드 슈피처 지음|김세나 옮김|북로드|416쪽|1만8000원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어지간히 알려진 곳도 찾지 못하는 택시기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러나 영국 런던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다. 런던에서 택시기사 면허증을 받으려면 약 2만5000개의 도로와 수천 개의 광장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모두 익히는 데 보통 3~4년 걸린다. 여러 단계의 시험을 통과해야 면허증이 나온다.

이들의 뇌는 일반인과 다를까. 런던의 뇌 과학자들이 택시기사 18명과 버스기사 17명을 조사했다. 연령이나 학력, 운전 경험, 지능 면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대뇌 측두엽의 '해마(hippocampus)' 부위에선 차이가 뚜렷했다. 해마는 학습·기억 등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

택시기사들만 유독 해마의 크기가 컸다. 택시기사들이 런던 시내 도로와 광장 등을 학습하는 동안 이들의 해마는 커진 반면, 정해진 노선만 다니는 버스기사들은 해마가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 뇌도 근육과 같다. 계속 쓰는 부위는 발달하고 안 쓰면 쪼그라든다.

◇구글은 우리를 바보로 만드나

주제는 낡았지만 접근 방법이 '충실+친절'한 책이다.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뇌 기능이 손상된다. 특히 인지 기능을 상실해 일종의 치매에 이른다는 얘기다. '디지털 치매'는 국립국어원 신조어 목록에 2004년 올랐던 용어. 독일 울름의 대학정신병원장 및 신경학센터 소장인 저자는 "한국 의사들이 가장 먼저 발표한 질병"이라고 했다.

책은 이 신종 질병에 대한 수많은 실험과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첫 번째 실험은 인터넷 구글이 뇌 기억에 미치는 영향. 미국 심리학자 베치 스패로가 대학생 46명에게 질문 32개를 던졌다. 절반은 아주 쉬운 질문이었다. "디노사우르스는 멸종했나?" "산소는 금속인가?" 등이다. 나머지 절반은 "크립톤의 원자번호는 26번인가?"처럼 어려운 질문이었다.

실험 결과, 어려운 질문 앞에서 학생들은 '구글' 또는 '인터넷'이라는 단어를 자동으로 떠올렸다. 쉬운 질문에서는 인터넷을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우리가 지식의 공백에 맞닥뜨리게 되면 컴퓨터에 의존하도록 사전 프로그래밍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결론 내린다.

◇완결된 과제는 쉽게 잊어버린다

우리는 컴퓨터에 뭔가를 입력한 후 파일 같은 저장장치를 이용한다. 과연 그 내용과 장소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다음 실험을 보자. 문장을 읽고 컴퓨터에 입력해 6개의 다른 폴더에 저장한 뒤 문장의 내용을 말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저장한 문장 내용과 장소를 모두 기억한 경우는 17%뿐이었다. 11%는 내용만, 30%는 저장 장소만 기억했다. 가장 많은 38%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해당 정보를 기억할 수 없을 경우 저장 장소만 기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험"이라고 했다. 어디에든 저장하고 나면 두뇌는 '정보가 지속적으로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후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저장했다'는 완결된 행위에 대해 우리 뇌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이가닉 효과'다. TV 연속극이 매회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끝나는 것은 이런 효과를 고려한 것. 완결되지 않았으니, 내용을 계속 기억하는 것이다. 컴퓨터에 저장된 것은 '내 기억'이 아니다.

◇디지털 치매=정신적 추락

컴퓨터 사용과 학교 성적, 멀티태스킹으로 인한 주의력 결핍…. 디지털 기기 사용이 뇌에 남기는 부정적 흔적을 각종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뇌의 활동량이 줄면서 신경세포가 파괴된 결과는? 생각하는 능력이 퇴보하고 정신과 육체가 함께 무너지며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한국의 초등학생 중 12%가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이는데, 미디어 교육을 장려하자는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강조한다.

저자는 디지털 치매를 '정신적 추락'으로 규정한다. 뇌는 신경세포의 90%가 파괴되고 나서 어느 순간 기능을 아예 멈춰야 추락을 실감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학습하지 않는 뇌는 추락한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마지막 챕터에 예방법을 안내했다. "가장 효과적인 두뇌 조깅은 그냥 조깅이다, 음악을 들어라, 이유 없이도 웃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