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바둑타이틀전으로 뿌리 내린 'LG배'가 18회째를 맞는 올해부터 더 새로워진 모습으로 팬들을 찾아간다. 1996년 6월 24일 개막 전야제로 '출생신고'를 한 뒤 지구촌 최고의 바둑잔치로 인기를 누려온 지 17년 만의 변신이다. 우선 대회 명칭부터 바뀐다. 'LG배 세계기왕전'에서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으로 변경, 주최사(조선일보)와 협찬사(LG그룹)를 함께 병기하기로 한 것. 창설 취지인 바둑문화 창달과 바둑의 국제화에 주최사로서 더욱 애정을 쏟겠다는 의지가 새 명칭에 담겨있다.
상금도 대폭 증액된다. 지난해까지 우승상금은 2억5000만원이었으나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우승자는 올해보다 5000만원 늘어난 3억원을 받는다. 준우승 상금도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커졌다. 본선전 전체 상금액은 지난해 5억2200만원에서 올해 6억2800만원으로 20.3% 인상됐다.
하지만 본선에 오르지 못하면 한 푼의 수입도 없다. 통합예선 대국료를 폐지키로 했기 때문. 예선전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본무대에 대한 배려를 높여가는 각종 세계대회 추세에 발맞추려는 취지다. 전액 자비부담이다 보니 자칫 예선서 탈락하는 외국 출전자들은 교통비, 숙식비도 해결 못 하는 '적자'를 각오해야 한다. '강자 우대' 방식 채택으로 우승권 강호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본선대국에 1인당 3시간씩 주어지는 LG배의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 수준 높은 작품을 독려해온 '정통성'을 고수하기로 한 것. 현재 '3시간 바둑'은 세계대회 중 LG배와 중국 춘란배 등 2개 대회서만 적용 중이다. 대신 1분 5회이던 초읽기가 40초 5회로, 본선대국 시작시간이 오전 10시에서 9시로 앞당겨지는 등 세부규정은 일부 조정된다. 중식시간도 오후 1시부터 1시간 시행하던 것을 정오부터 45분간으로 변경했다. 원활하고 신속한 진행으로 박진감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이다.
제1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은 현재 아마추어 대표 선발을 마치고 통합예선(17일~23일)을 기다리는 상황. 외국 출전자와 아마 대표가 포함된 통합예선으로 16명을 선발하고, 여기에 각국 시드자 16명이 합류해 32명이 대망의 본선 레이스에 돌입하게 된다. 올해 본선 1차전(32강전·16강전)은 6월 10일 시작되며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해외대국(96년 뉴욕), 6집반 공제 도입(98년), 흑백 선택권제(2005년)등 LG배는 한국 주최 국제대회 최초의 기록을 여러 개 갖고 있다. 큰 틀을 허물지 않으면서도 매번 적절한 변화를 가미함으로써 권위 있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 정통기전으로 성장해왔다. 18회째를 맞는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이 또 한 편의 대하 '반상(盤上)드라마'를 막 잉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