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중국 국경지역 경비가 강화됨에 따라 탈북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탈북자 교육시설인 하나원의 입소 현황을 기준으로 탈북자 수가 고점을 찍은 시점은 지난 2008년이다. 하나원이 개원한 첫해(1999년) 61명의 탈북자가 교육을 받은 이후 매년 그 숫자가 증가해 왔다. 지난 2008년에는 2881명까지 증가하며 정점을 찍었다. 월평균 300명 이상이 북한을 탈출하는 이른바 ‘탈북 러시’의 기대감이 컸던 시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로는 국내 입국 탈북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하나원 교육생이 1627명으로 줄어 5년 만에 국내 입국 탈북자 수가 1000명대로 떨어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총 206명 정도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80% 선에 그치고 있다. 탈북자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건설된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사무소)도 텅텅 비게 됐다.
하나원 안성 본원(600명)과 화천 분소(500명)의 최대 수용 인원이 1100명임을 감안하면 입소 교육생은 최대 수용 인원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현재 하나원이 최대 인원을 수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최대 4400명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규모다. 정부는 탈북자 수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3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연말 하나원 화천 분소를 개원했으나 예상과 달리 탈북자 수가 줄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국내에 입국한 전체 탈북자 수는 올해 2만5000명 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하나원이 개원한 이래로 지난해까지 총 2만3063명이 교육을 마쳤다. 하나원 개원 이전에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와 하나원 교육을 피해 안가에서 별도 관리를 받는 인사들까지 합치면 조만간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2만5000명을 넘게 된다.
그러나 현재 추세라면 향후 탈북자들의 국내 입국자 수는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당국도 “북한 내부 사정, 국경 통제, 경유국의 불법체류 단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탈북민의 입국 및 하나원 입소 인원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감소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탈북 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탈북자를 국내로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도 크게 올랐다. 탈북자 수가 줄고 있는 또 다른 이유로 고비용 구조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북·중 국경선을 넘는 데 필요한 비용은 1인당 150만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에서 국경을 넘으려면 1인당 700만원가량이 든다고 한다. 북·중 국경을 넘는다고 해도 중국 등 경유국을 통해 다시 한국으로 입국을 시도할 경우 별도로 1인당 200만원 안팎을 브로커에게 줘야 한다.
지난 2008년부터 줄곧 탈북자 수가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기존의 해석과 전혀 다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탈북자 단체 대표는 “이미 탈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사람은 거의 다 내려왔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수가 계속 증가하다가 지난 수년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단순히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으로만 보기 어렵다. 탈북하고자 하는 사람이 계속 이어졌다면 어느 순간 다시 탈북자가 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국경 인근에 보따리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한국과 중국 사정을 잘 안다. 그런데도 이들은 안 넘어 오지 않느냐.”
최근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중에는 평양이나 황해도 같은 북한 내륙 출신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얼마 전에 교육을 가서 250명 정도를 앉혀놓고 강의를 하다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평양이나 황해도에서 온 분 손을 들어보시라’고 하자 2~3명밖에 없었다. 대부분 국경지역 출신이라는 얘기다. 국경지역 인구를 감안하면 탈북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사람은 거의 다 넘어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배급 중단 이후 새로운 삶의 방식을 터득했기 때문에 탈북자 수가 줄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고난의 행군이 진행된 1990년대 후반 북한 사람들은 배급이 끊기면서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것 같다. 당국의 눈을 피해 장마당이 열리기도 하고 마약이나 위조품을 팔아 먹을 걸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