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st', '마르니 st', '샤넬 st', '까르띠에 st'….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만 열면 여기저기 이런 문구가 번쩍번쩍한다. 미국 교포 2세 김형원(34)씨는 "처음 한국에 와서 쇼핑몰 제목에 붙어 있는 st라는 글자를 보고, 대체 어느 길거리 이름인가 싶어 갸우뚱했다"며 웃었다. 외국에서 흔히 '거리(Street)'라는 단어를 st.라고 줄여서 표기하는 것과 혼동했다는 얘기다.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에서 흔히 쓰는 이 st라는 단어의 속뜻은 '스타일(Style)'. 말이 좋아 스타일이지, 결국 베꼈다는 뜻이다. 'st'라는 글자가 붙었다면 '짝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최근엔 법적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대놓고 문패에 상표명을 쓰기 어렵게 되자, 한 글자만 별표로 대체하는 편법도 횡행하기 시작했다. '프라* st', '마르* st'로 쓰는 식이다.
너도나도 st를 쓰자, '차별화'를 강조하는 짝퉁도 생겼다. 몇몇 쇼핑몰은 짝퉁 물건에 st 대신 조금 더 어려운 영어 단어인 '인스파이어드(inspired·영감을 받았다는 뜻)'를 붙인다. 대놓고 프라다, 샤넬, 마르니 같은 상표명도 안 쓴다. 대신 디자이너 이름을 적는다. 프라다를 베끼면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이름을 따서 '미우치아 inspired', 마르니를 베끼면 디자이너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의 이름을 따서 '콘수엘로 inspired'라고 적는 것이다. '프레싱크' 오제형 대표는 "단속을 피하려는 수법인 동시에, 짝퉁을 부르는 방법에도 A급과 B급이 있음을 주장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단어"라고 말했다. 가짜는 가짜인데, 좀 어려운 가짜라는 것. 한 스타일리스트는 "인텔리가 되고픈 짝퉁 업자의 언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