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엊그제 "우리금융 민영화를 직(職)을 걸고 하겠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앞서 "국민주 방식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오는 6월까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을 내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2011년, 2012년 3차례 우리금융 민영화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우리금융 주도로 만들어진 독자적 컨소시엄이 지주회사를 통째로 인수하게 하려던 계획부터 사모(私募)펀드에 매각하려고 했던 시도, 우리금융을 KB금융그룹에 인수시켜 초대형 은행을 출범시키려던 구상이 연달아 무위(無爲)로 끝났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부 산하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우리금융지주회사 지분(持分) 57%를 매각하는 작업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 외에 경남·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1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데는 적어도 7조원, 많으면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 12조7663억원을 한 푼이라도 더 회수하는 것을 민영화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7조~10조원에 이르는 인수금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사모펀드(PEF)와 다른 금융 그룹밖에 없다.
사모펀드는 외국인이 지분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어 사모펀드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국내 최대 금융 그룹을 외국 투기 자본에 매각했다는 국민의 반발을 불러오기 쉽다. KB·신한 같은 다른 금융 그룹이 인수할 경우엔 지분의 95%를 한꺼번에 인수해야 한다는 금융지주회사법의 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부실해져 구제금융을 받아간 것을 목격했던 터라 그렇게 해서 탄생한 초대형 은행이 국가 경제에 반드시 이로운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금융 공기업을 매각하는 목적은 민영화된 금융회사가 공기업보다 경영을 더 잘하고 거래 기업들에 자금도 원활하게 공급해줘 경제성장에 훨씬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우리금융 민영화로 한국에 번듯한 금융 그룹이 탄생할 수만 있다면 시한(時限)을 정해놓고 지분 매각 일정을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정부는 우리금융을 왜 민영화해야 하는지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본 후 가능한 모든 민영화 방안을 내놓고 국민에게 의견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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