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항공업체로 이직하고, 드론(drone·무인기) 담당으로 전직하고….

미국 공군이 심각한 전투기 조종사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최근 '9년 이상 전투기 조종 경력을 지닌 조종사 130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연봉은 최대 9만7400달러지만, 계약금 명목으로 22만5000달러를 지급하고 최고 수준의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거액의 계약금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조종사 부족이 심각한 상황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군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4000억달러를 투입해 5세대 스텔스전투기 F-35를 도입하고 조종사 훈련에 1인당 600만달러를 들이고 있지만, 정작 조종사 부족으로 비행기를 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공군에 복무 중인 전투기 조종사는 약 3000명이지만 올해 200명이 부족하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2021년에는 700명이 모자랄 것으로 미 국방부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11년 동안 복무하면 전역 또는 5년 연장 복무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데, 연장 복무를 선택하는 비율이 1993년 80%에서 최근 65%로 떨어졌다.

조종사들이 공군을 떠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연봉은 더 많이 주고 스트레스는 적은 상업용 항공기 조종사 수요 증가, 드론 담당으로의 재배치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고 LAT는 전했다.

11년 차 전투기 조종사 연봉은 9만달러가량이지만 민간 항공기 조종사 연봉은 평균 10만달러가 넘는 데다, 공군 조종사가 이직할 경우 거액의 보너스를 별도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에서 20년 동안 전투기를 몰다 제트블루 항공으로 옮긴 데니스 프로코프위츠는 "항공청이 요구하는 비행 경력을 민간에서만 쌓기란 아주 어렵기 때문에 민간 항공업계는 풍부한 조종 경험을 지닌 공군 조종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많은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드론이 미군 전투력의 새로운 축이 되면서 전투기 조종사들이 드론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조종사 부족 현상을 가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