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와 디트로이트는 미국 중서부를 대표하는 제조업의 양대 메카였다. 1960년대 후반까지 나란히 명성을 날렸다. 1969년 가계 평균소득은 각각 3만3674달러, 3만4972달러로 비슷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운명은 완전히 엇갈리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재정 파탄의 늪에 신음하다 급기야 지난주 파산을 신청했다. 반면 시카고는 여전히 미국을 대표하는 대도시로 번창하고 있다. 소득 격차도 크다. 2011년 집계에 따르면 시카고의 가계의 평균 소득은 4만7371달러, 디트로이트는 2만7862달러에 불과하다.
무엇이 비슷한 두 도시의 운명을 갈랐을까.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23일 특집 기사에서 두 도시의 서로 다른 행보를 조명했다. 문제는 발전 전략이었다. 디트로이트는 하나의 분야에만 지나치게 '선택과 집중'을 고집하다 몰락한 반면, 시카고는 보다 유연한 산업 다변화의 길을 택한 결과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 '자동차 only' 전략에 무너진 디트로이트
디트로이트의 역사는 더없이 화려하다. 한때 세계 자동차 공업의 중심지로 명성을 날렸다. 미시간주(州) 최대 도시이면서 수륙 교통이 발달한 입지 조건 덕분에 미국을 대표하는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주역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같은 굴지의 자동차 기업들이었다. 1920년대 자동차 산업이 붐을 일으키면서 포드, GM은 외부에서 부품을 조달받는 대신 자체 생산 방식을 택했다. 이 전략이 화근이었다. 디트로이트를 이 기업들의 아성으로 만든 방어벽이었던 이 전략은 동시에 치명적인 독이 됐다. 외부 요인에 따른 영향은 막을 수 있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나 경영 방식의 도입까지 봉쇄했다.
'자동차 메카'의 번영은 오래가지 않았다. 디트로이트를 이끌었던 유력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비용 절감에 성공한 외국 제조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와 인터넷의 발달로 디트로이트의 강점이던 입지조건의 경쟁력도 빛을 잃었다.
외부 영향을 차단하려는 성향은 인구 분포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디트로이트 인구 중 외국인 출생자의 비중은 5.1% 수준이다. 집에서 영어 외에 다른 언어를 쓰는 인구의 비중은 9.3%에 불과하다. 이런 편협한 성향은 디트로이트의 활기를 꺾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 변화 택한 시카고, 변신에 성공
시카고는 달랐다. 1960년대 후반까지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해 전력으로만 보면 디트로이트와 유사했다. 하지만 시카고는 현재를 고수하기보다 미래를 위한 변화를 택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금융, 교육, 헬스케어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 분야를 적극적으로 키워내면서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외부 정보에 귀를 열어둔 점이 주효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X),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등의 주요 선물시장에서 외부 소식을 발 빠르게 전달받는 트레이더 덕분에 전 세계 추세에 발맞춰 나갈 수 있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평했다.
디트로이트와의 차이는 인구 분포에서도 뚜렷하다. 시카고는 '이민자의 도시'로 불릴 만큼 개방적이다. 현재 인구의 21%가 외국인 출생자다. 35.5%는 집에서 영어 외에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 로버트 샘손 하버드 대학교 사회과학 교수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시카고는 오랜 기간 이민자의 방문을 건강하게 받아왔고, 디트로이트는 좀 더 지방색이 강한 도시"라고 평했다.
◆ "집중 전략 택한 신흥국도 조심해야" 경고도
두 도시의 교훈을 신흥국 국가들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이체방크 글로벌 투자전략가인 산지브 사냘은 세계 석학들의 칼럼을 게재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www.project-syndicate.org) 기고문에서 "디트로이트처럼 오랜 기간 자동차 산업에만 의존해 온 도시가 무너졌다는 사실은 한 가지 산업에만 매달리거나 지리적 이점에만 의존하면 큰 대가를 치른다는 걸 보여준다"고 썼다.
샤날은 "특히 중국처럼 공업 도시를 양산해 온 신흥국 경제가 이번 사태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연일 도시화를 외치며 특정 산업 발전을 지원해 온 신흥국도 디트로이트와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최근 연구를 살펴보면 혁신은 다방면의 전문가와 지식을 혼합하는 데에서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혁신에 성공한 도시들은 다양한 종류의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사람 간의 기술 교환과 무작위의 상호작용을 장려해 라이벌과의 경쟁을 이겨냈다"고 썼다.
입력 2013.07.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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