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말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여성의 얼굴도, 남성의 얼굴도 묘하게 겹쳐 있는 중성적 외모의 배우 틸다 스윈튼은 몇 년 째 변하지 않는 외모를 자랑하며 팬들을 만나고 있지만 이제 그의 나이 어느덧 54살.
50이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젊음을 간직한 피부와 동안 외모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이 나오게 만든다. 하지만 본인은 늙었단다. 특히 자신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을 볼 때마다 나이 듦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젊어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주름을 극도로 싫어하는 여배우들의 특성상 그의 이와 같은 반응은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제가 젊어 보인다고요? 저 완전 늙었는데(웃음). 제가 늙었다는 것을 입증해 줄 살아있는 증거가 제 아들이에요. 어릴 땐 꼬마 같던 아들이 이제는 저보다 크죠. 그런 아들을 보고 있으면 나이 들었다는 것을 느껴요. 하지만 저는 변화를 무서워하지 않고 주름도 두려워하지 않죠. 나이 든다는 것을 변화로 생각해요. 저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요. 단 6개월도 젊어지고 싶지 않아요. 지금이 딱 좋은 걸요."
지난 2009년 한국을 찾고 올해 다시금 한국을 찾은 틸다 스윈튼은 지난 29일 팬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영화 '설국열차' 홍보 차 내한한 그가 약 3천 여명의 팬들이 운집한 레드카펫을 걸으며 어느 때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그 역시 레드카펫의 즐거웠던 소감을 전했다. 특히나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아주 편안하고 좋았어요. 자랑스러웠고요.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우리는 가족이기 때문이에요. 수개월 같이 살다가 수개월 떨어져 있다가 오랜만에 다 같이 만났죠. 게다가 소리를 질러주는 팬들도 있어서 현실 같진 않았지만 자랑스러웠어요."
틸다 스윈튼이 '설국열차'를 이야기할 때 항상 붙이는 표현은 '패밀리', 즉 가족이다. 그는 '설국열차' 제작진을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가족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니 봉준호 감독을 '사촌'이라 표현하며 자신이 그렇게 느끼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처음 영화를 시작한 건 데릭 저먼 감독과 함께였죠. 그와 11년간 9개의 영화를 같이 했어요. 1994년, 데릭이 죽으면서 그는 나한테 있어서 DNA 패밀리와 다름 없었죠. 그 이후 수많은 감독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을 했는데 봉준호하고는 사촌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아요. 사촌인데 정말 친한 사촌이요. 저는 스코틀랜드 사람이에요. 그런데 묘하게도 스코틀랜드하고 한국인 사이에는 끈끈한 무언가가 있죠. 봉준호는 그것이 위스키 때문이라곤 하지만 아니에요. 묘한 끈이 형성돼있죠. 저는 봉준호와 송강호가 스코틀랜드 사람처럼 느껴져요.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라고 표현한 거죠."
그 동안 틸다 스윈튼의 작품을 챙겨 본 영화 팬이라면 이번 '설국열차' 속 틸다의 모습이 익숙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분장으로 틸다의 얼굴을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 그는 이번 영화에서 틀니는 물론, 들창코를 만들며 극 중 캐릭터인 메이슨을 완성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다 본인의 아이디어란다. 그는 사람들 속 괴물 같은 모습을 표현하고자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냈던 것이라고 밝혔다.
"분장하기 전 메이크업을 안 한 채 자다가 일어난 제 모습이 메이슨인데요(웃음). 물론 종합적으로 이야기가 나와서 한 인물이지만 촬영이 끝날 때까지 메이슨이라는 인물의 설명은 '온화환 형상의 남성'이었어요. 그 역할을 처음 받았을 때 지도자의 초상화를 한번 그려봤어요. 참 전통적으로 재미난 것이 '왜 우리는 영웅을 인간적이라고 믿고 싶어할까'라는 것이죠. 카리스마 있는 사람 속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찾고 싶어해요. 하지만 저는 전혀 아니었죠. 정말 식상한 이야기 아닌가요? 저는 '그들 속에 괴물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메이슨 캐릭터의 외모가 태어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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