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사건'의 수사 담당 경찰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사건 당시인 2011년 4월 1일 오후 10시50분쯤 경찰은 오원춘에게 납치 당한 피해 여성 A(28)씨로부터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전화로 범행 현장의 자세한 위치를 여러 차례 알려주다가 화장실에 다녀온 오원춘에게 들켰지만, 전화를 켜놓은 상태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전화기로는 오원춘이 A씨를 폭행하고 손발을 묶기 위해 청테이프를 뜯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112상황실에 전달됐다. 6분16초 동안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당시 관할 수원중부경찰서 형사과장을 맡았던 조모(45)씨에게도 보고됐다. 그러나 집에서 잠을 자던 중 전화를 받은 조씨는 이처럼 긴박한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은 뒤에도 현장에 출동하거나 서장에게 즉시 보고하는 대신 그냥 전화를 끊고 잠이 들었다. 조씨의 부하 경찰들은 지휘관이 없는 상태에서 정확한 범행 장소를 제보받고도 2시간 20여분간이나 이웃집을 헤맸다. 그 사이 A씨는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고, 시신마저 처참하게 훼손됐다.
조씨는 사건 발생 이후 경찰청 감찰조사를 거쳐 지난 9월 국무총리실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정직 3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징계사유는 △경찰 공무원으로서 주요 사건을 서장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은 점 △사건 발생 10시간이 지나 현장에 나오는 등 업무를 소홀히 한 점 △언론 대응 시 허위답변으로 사건을 조작·은폐한 점 등이었다.
그러나 조씨는 "사건 당시 당직이 아니었고, 야간에 발생한 모든 사건에 대해 현장에 출동할 의무가 없는 만큼 3개월 정직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심준보)는 이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고가 접수됐다는 보고를 2회 이상 받고서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잠이 들었다"며 "적절한 수사지휘를 했다면 피해자의 사망 또는 최소한 시신의 훼손이라는 참혹한 결과는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용기를 발휘해 신고했지만 경찰의 미숙한 대응으로 결국 참혹하게 살해됐다"며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자에게 엄정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조씨가 언론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발표하고 경찰서장에게 늦게 보고한 점도 징계 사유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입력 2013.09.08. 15:18업데이트 2013.09.08.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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