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클래식 TV'는 이제는 시골 할아버지·할머니댁에서도 보기 힘든 옛날 브라운관 TV를 빼닮았다. 물론 LED 풀HD TV이지만, 화면 오른쪽에 채널과 음량을 각각 조절하는 커다란 원형 다이얼 2개와 작은 원형 버튼 3개가 붙어있다. 게다가 아이보리색 목재 본체가 감싸고 있고, 본채 아래쪽에는 다리까지 달려있다. 동부대우전자에서 지난 6월 내놓은 소형 냉장고 '더 클래식'은 모서리가 동그랗게 다듬어진 몸체에 고전적인 금속 소재 손잡이와 로고가 붙어있다.
가전제품에 '레트로 디자인(Retro Design)'이 적용되고 있다. 레트로 디자인은 과거에 한때 유행했던 디자인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린 복고풍 디자인을 말한다. 클래식 TV는 1966년 당시 금성이 내놓은 국내 최초의 TV 'VD191'을 재해석했고, 더 클래식 냉장고는 1940~50년대 냉장고에서 영감을 얻었다.
'욕망을 디자인하라'의 저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정경원 교수는 "가전제품 기능이 서로 비슷해지면서 차별화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고, 하나의 돌파구로 과거 유행했던 스타일을 되살려보려는 시도가 레트로 디자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은 한 달에 1000대만 팔려도 성공으로 보는데, 더 클래식 냉장고의 경우 출시 두 달 만에 3600대가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트로 디자인이 가전제품의 대세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경원 교수는 "주로 쓰는 제품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한 대 더 구매하는 세컨드 가전처럼 디자인이 중요한 구매 요소로 작용하는 일부 제품 라인에 레트로 디자인이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