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62년 전통의 요트 대회인 34회 아메리카 컵(America's cup)에서 뉴질랜드를 누르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미국 골든게이트 요트클럽 소속 '오라클 팀 USA'는 지난 8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뉴질랜드의 로열 요트 스쿼드런 소속인 '에미리트 팀 뉴질랜드'를 9대8(레이스에서 한 번 승리할 때마다 1점)로 이겼다. '오라클 팀 USA'는 한때 1―8까지 밀려 패색이 짙었으나 극적인 역전승을 일구며 2010년에 이어 2회 연속 우승했다.
미국은 26일 18.5㎞ 코스를 23분24초 만에 주파하며 뉴질랜드(24분08초)를 44초 차이로 따돌렸다. 오라클 팀 USA의 스키퍼(선장) 제임스 스핏힐(34)은 시상대에서 '올드 머그(Auld Mug)'라고도 불리는 우승 트로피를 들고 "강적 뉴질랜드를 아슬아슬하게 누르고 역전 우승을 해 짜릿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 개최를 기념해 영국에서 처음 열린 이 대회의 명칭은 '퀸즈 컵'이었다. 당시 한 팀만을 파견한 미국이 14개 팀이나 참가한 영국을 꺾고 우승한 뒤 대회 명칭이 아메리카 컵으로 바뀌었다. 아메리카는 우승을 차지한 미국 뉴욕 요트클럽의 배 이름이었다. 이후 미국은 162년 역사 동안 다섯 차례(1983·1995·2000·2003·2007)를 빼곤 우승컵을 독차지했다. 항공우주국(NASA)까지 동원해 최첨단 요트를 제작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적의 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요트를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레이스 시뮬레이션까지 하는 기술력은 이미 기본이다. 첨단 유리섬유를 활용한 선체 진공 성형 방식은 배의 무게를 줄이고, 강도는 높인다. 오라클 팀 USA가 이번 대회에서 타고 나온 'USA 17'호의 건조 비용은 약 1억5000만달러(약 1610억원)로 알려졌다. 아메리카 컵에 '바다 위의 F1(포뮬러 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오라클 팀 USA는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오라클의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래리 앨리슨이 후원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7~8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도전자 결정전'격으로 열린 루이뷔통 컵에서 1위를 하고 아메리카 컵에 출전했다. 루이뷔통 컵엔 당초 10개 팀이 출전할 뜻을 밝혔으나 한국의 팀 코리아 등 7개 팀이 기권해 세 팀만 참가했다. 뉴질랜드는 2000년 이후 13년 만의 아메리카 컵 정상 복귀를 노렸으나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