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작가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캐나다의 여성 작가 앨리스 먼로(Alice Munro·82)가 2013년 노벨문학상 주인공으로 뽑혔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Master of the contemporary short story)"이라는 짧고도 명쾌한 선정 이유로 그를 올해의 수상자로 호명했다.
먼로는 2009년 독일의 헤르타 뮐러 이후 4년 만의 여성 수상자이며, 1901년 노벨문학상 출범 이래 13번째 여성 수상자다. 캐나다 국적 작가로서도 첫 수상. 해마다 유력 후보로 꼽혀 온 먼로는 연초 고령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녀는 "암 투병 중"이라고 고백했지만, 정확한 병명은 밝히지 않았다.
한림원은 이 '캐나다의 체호프'에 대한 경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먼로는 수상 직후 캐나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딸이 깨워서 소식을 알려주는 바람에 처음 알았다"면서 "어제까지는 후보에 오른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미 CBS는 먼로가 이에 덧붙여 "우리(여성 수상자)가 고작 13명이라니 언짢다. 이런 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먼로는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 작은 시골 마을 윈헴에서 태어났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이 작은 마을의 평범한 보통 사람들. 하지만 작가가 탐험하는 주제는 인생이라는 우주에 대한 진지한 도전이다. 사악하고 비정한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충동적으로 시외버스에 올라탄 아내, 어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지식인 여성… 작가는 거창한 이야기보다 삶의 일상에 주목하면서 섬광처럼 번쩍하는 짧은 순간을 낚아채, 인간 존재의 자화상(自畵像)을 그려나간다. 조용하고 평범한 시골에 내밀하게 숨어 있는 정념과 사건이 섬세한 심리묘사와 함께 수면에 차분하게 떠오른다. 탁월한 단편만이 거둘 수 있는 성취. '관리의 죽음' '미녀' 등을 통해 근대 단편소설의 형식을 확립한 작가로 꼽히는 러시아의 안톤 체호프(1860~1904)가 먼로와 함께 거론되는 이유다. 한림원은 "먼로가 단편이라는 특별한 예술 형태를 완벽의 경지에 올려놨다"면서 "오랫동안 그를 체호프와 비교해 왔지만, 그는 스스로 정당한 자격을 갖춘 작가"라고 했다.
피터 엥굴룬드 한림원 종신서기는 수상자 발표 후 인터뷰에서 그의 문학을 '평범한 사람들, 위대한 감수성'(small people, big feelings)이라고 요약했다. 국내에서도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영화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도 그녀 소설이 원작이다.
지금까지 단편집을 16권 발표했고, 전 세계 20여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는 '행복한 그림자의 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떠남', '오페레타 짝사랑… 그리고 슬픈 연인' 등 4권이 번역 출간됐다. 반응은 크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1000부 안팎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작가 중에는 동인문학상 수상자인 조경란씨가 먼로의 오랜 팬이다. 그는 "그녀가 평생에 걸쳐 '단편소설'에 주력해 써오고 있다는 사실을 좋아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그녀가 단편소설을 쓰는 방식"이라면서 "먼로는 독자들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일이'일어나는 방식'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단편소설이 가질 수 있는 큰 성과이자 우리가 앨리스 먼로의 문학에서 느낄 수 있는 생생하고도 희귀한 아름다움"이라고 전했다. 앨리스 먼로는 상금으로 800만크로나(약 13억2600만원)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