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은 화학무기를 감시하고 폐기하는 국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돌아갔다. OPCW의 수상은 최근 시리아 사태를 계기로 화학무기 등 반인륜적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전 중인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선 지난 8월 21일 화학무기가 살포됐다. 1000여명의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고,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었다. 미국 등 서방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 소행이라며 군사 개입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는 정부군이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서방의 공습에 반대했다. 대립하던 양측은 러시아의 제안으로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외교적 해법에 합의했다. OPCW는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임무를 맡아 시리아 내전이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OPCW는 현재 유엔과 함께 시리아에 감시단을 파견해 화학무기 생산설비 해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이루어지는 지역이어서 감시단의 안전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OPCW는 내년 중반까지는 시리아가 비축한 화학무기도 완전히 폐기할 계획이다. OPCW의 아흐메트 우줌쿠 사무총장은 "세계 평화를 위한 지난 16년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벨평화상이 시리아에 있는 감시단에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화학무기는 1차 세계대전부터 대규모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25년 제네바 조약에 따라 사용이 전면 금지됐지만 2차대전에서도 사용됐다. 이후에도 이라크와 보스니아 등 분쟁 지역에서 화학무기가 계속 등장했다.
국제사회는 1993년 화학무기의 개발과 생산, 비축,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화학무기 금지협약(CWC)을 체결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1997년 OPCW를 출범시켰다. OPCW는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 인도, 한국 등에서 5774만t의 화학무기를 폐기했다. 그럼에도 시리아 사태에서 보듯 화학무기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비축 물량의 90%, 러시아는 70%만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노벨위원회는 "일부 국가는 화학무기 폐기 시한인 2012년 4월을 지키지 않았다"며 "특히 미국과 러시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토르뵤른 야글란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종류의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겠다는 목표에 우리는 점점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을 비롯해 이집트와 앙골라, 남수단 등은 이 기구에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우줌쿠 사무총장은 "노벨평화상을 계기로 미가입 6개국도 빨리 가입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평화상에는 개인과 단체를 포함해 259개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당초에는 파키스탄의 10대 여성 인권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16)가 유력 수상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서방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상식은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며, OPCW는 상금 800만크로네(약 14억2000만원)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