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마튼스 노벨리스 CEO

“2020년까지 자동차 알루미늄 판재 수요가 지금보다 20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클 것으로 보입니다. 발빠르게 시장 대응에 나서는 데 한국 공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겁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압연 생산업체인 노벨리스를 이끄는 필 마튼스 CEO는 “노벨리스가 앞으로 펼칠 글로벌 전략의 핵심 요충지가 한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영주와 울산에 40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증설한 것도, 영주 공장을 아시아 최대 음료 캔 재활용 시설로 만든 것도 모두 노벨리스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한국 방문이 특별하다”고 했다. 그는 전날 경북 영주에서 열린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온 참이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노벨리스의 첫번째 글로벌 전략은 중국의 자동차시장과 동남아시아의 음료 캔 시장이 커질 것에 대비해 한국을 중심으로 알루미늄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북 영주에 세운 재활용 시설 공장을 중심으로 알루미늄 원자재의 80%를 재활용 원료로 만드는 것. 두 전략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

노벨리스는 대한전선과 알칸의 합작회사인 알칸대한이 사업을 분리하며 만든 회사다. 노벨리스는 2000년 대한알루미늄공업을 인수하면서 영주와 울산 두 곳에 공장을 갖게 됐다. 이번 증설로 영주·울산 공장은 연간 100만톤의 알루미늄 시트를 생산하게 됐다. 생산능력이 지금보다 2배 가량 늘어난다. 다음은 마튼스 CEO와의 일문일답.

- 굳이 한국에 공장을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아시아 지역에서 늘어나는 수요를 발 빠르게 따라잡는 게 가장 중요했다. 원래 있는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영주와 울산 공장 운영은 지금까지 완벽하다고 평가할만했다. 노조와의 관계도 좋은 편이다. 한 때 가끔 파업이 있었지만, 그 시기만 제외하면 한국 근로자들은 그 어느 곳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금속 공급 라인과 해외 수출을 위한 물류를 봤을 때, 노벨리스의 글로벌 전략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 아시아 공급 라인이 어떻게 구성되나?

“베트남과 한국, 중국을 잇는 아시아 공급 라인이 만들어진다. 베트남의 스크랩 시설에서 만들어진 알루미늄 덩어리는 영주·울산 공장을 거쳐 중국 자동차 외장재 열처리 공장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으로 공급된다. 영주공장은 폐 알루미늄을 재활용해 알루미늄 덩어리를 만드는 역할도 담당한다.”

- 아시아에서 갑자기 알루미늄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자동차 외장재나 판재로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에 다른 공장이 아닌, 자동차 판재 열처리 공장을 짓는 건 이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알루미늄 캔 시장도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본다. 최근엔 가전제품, 건설 외장재로도 많이 쓰인다. 고급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 외장재도 우리가 공급하고 있다.”

- 자동차 판재로 알루미늄을 많이 쓰는 이유는?

“자동차 시장은 가장 유망한 알루미늄 소비처다. 북미나 유럽에 환경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연비 기준이 엄격해졌다. 연비를 향상시키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 무게를 줄여야 한다. 자동차 무게를 줄이는 건 철강판을 알루미늄 판재로 바꾸면 단숨에 해결되는 문제다. 차량의 크기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 알루미늄이 철보다 밀도가 3분의 1 수준으로 가볍기 때문이다. 아헨대학 연구 결과를 보면, 자동차의 주요 부품을 알루미늄 소재로 쓰면 무게를 최고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고강도 철강 소재로 대체할 때는 11%에 불과했다. 앞으로 탄소배출제 등이 좀 더 엄격해지면 우리로선 호재다.”

- 하지만 알루미늄은 비싸다.

“방법이 있다. 알루미늄을 재활용하면 1톤짜리 알루미늄 잉곳을 사오는 것보다 상당 부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우리는 2020년까지 알루미늄 원재료의 80%를 재활용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금은 원재료의 43% 수준만 재활용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 외에 사회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알루미늄은 품질 손상 없이 무한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금속이다. 알루미늄 캔 하나를 재활용하면, 100와트짜리 전구를 4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 현재 자동차 분야 수요가 어느 정돈가?

“1년 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수요가 2배로 늘었다. 중국 공장에서 프로젝트로 생산된 제품은 이미 완판될 정도다.”

- 현대기아차도 주 고객인가?

“알루미늄 차체 면에서만 본다면 현대기아차는 미국이나 유럽 자동차회사와 비교하면 얼리어답터라고 말할 순 없다. 현대기아차는 철강 판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는 회사 전략이 다른 것 같다. 앞으로 이들 회사의 전략이 바뀐다면 알루미늄 납품량이 늘어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 내수용과 수출량을 합친 국내 알루미늄 소비가 올해 93만5000톤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노벨리스가 국내에서 100만톤 수준으로 증설했기 때문에 증설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우리가 생산설비를 증설한 건 한국 시장만 바라보고 한 것이 아니다.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 꾸준히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고부가가치 상품에 집중하는 사업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