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한국의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성냥갑 아파트'로 불렸던 판상형 아파트가 부활하고 있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모조리 타워형이던 신규 분양 시장에 판상형이 대세로 등장한 것이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당초 12.5%였던 판상형 비율을 50% 가까이 늘렸다. 이달 분양을 시작하는 현대건설의 위례 송파 힐스테이트는 490가구 중 474가구를 판상형으로 짓는다. 건설사 관계자는 "'남향(南向)' 배치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모든 주택을 한 방향으로 지을 수 있고 맞바람이 불어 환기가 잘되는 판상형 아파트가 인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냥갑 아파트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일자형 아파트의 시조는 독일이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후인 1920년대 노동자들을 위해 집단 주택지인 '지들룽'을 건설했고, 여기서 일자형 아파트가 나타났다. 유럽 도시의 전통적 아파트 형태는 건물 가운데에 중정(中庭·뜰)이 있는 형태다. 홍익대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는 "판상형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모습은 독일인 건축가 힐버자이머가 고안했다"고 말했다.
독일의 판상형 아파트는 미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상륙한 것으로 보인다. 1930년대 일본인이 지은 도요다아파트(지금의 충정아파트), 미쿠니아파트 등이 2~4층 건물 가운데 중정이 있는 독일식이었다.
중정이 사라지고 완벽한 형태의 성냥갑 아파트가 한국의 일반적인 아파트 형태로 굳어진 건 제2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1967~71) 시기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분양이 대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의 저자 박진희씨는 "1976년 강남에 고층 아파트 단지 건설이 본격화될 때 반포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이 모두 판상형을 택하며 확산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