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李承晩·1875~1965) 대통령이 세운 경복궁 경회루의 주변의 정자 하향정(荷香亭)에 대해 보존 결정이 내려졌다. 최근 일각에서 '경복궁의 원형 복원을 위해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이 건물 역시 근대사 유적 중 하나'라는 반론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위원장 김정배)는 지난 13일 사적 제117호 경복궁 내 경회루 주변 하향정의 관리 방안에 대해 출석 위원 12명 만장일치로 "그대로 존치한다"고 의결했다.

이승만 대통령 부부가 경회루 하향정에서 휴식하며 낚시를 하는 모습.

하향정은 경회루 연못가 서북쪽 담장과 붙어 있는 13.8㎡(4.2평) 규모의 육각정 건물. 1867년(고종 4년)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건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으며, 광복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대목장 제74호였던 배희한(1908~1997)씨가 세운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곳을 휴식처로 삼았으며, 프란체스카 여사와 함께 이 정자에 앉아 낚시를 하는 사진도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이 이 정자에서 낚시를 하다가 6·25 남침 보고를 처음 들었다는 얘기도 있으나 건립연도는 제1공화국 말기인 1959년이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는 지난 7월 이 건물의 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경복궁의 복원은 중건 당시인 19세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하향정은 경복궁 원형을 손상한 건물이기 때문에 뜯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9월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한 역사의 오점"이라며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섰다.

회의에 참석한 문화재위원들은 ①하향정을 철거해 충남 부여의 한국전통문화대학교로 이전 ②근대 역사적 의미가 있으므로 존치하는 두 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한 후 ②안으로 결정했다.

하향정 존치를 결정한 배경은 ▲경회루와 연못의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고 ▲당대 최고 목수가 건축한 건물이며 ▲대통령의 휴게 공간으로 사용되는 등 근대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