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우리 국민이 여왕을 선출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황 교수는 23일자 한겨레신문 ‘이진순의 열림’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심리를 나타내는 키워드’에 대한 질문에 “한(恨)”이라며 “그분 인터뷰를 하고 내가 첫번째 받은 인상은 ‘촛불을 앞에 둔 무녀(巫女)’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세상에 살고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인물. 이럴 때 그분은 여왕이 될 수도 있고, 바리공주가 될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 되느냐는 그분의 운명이고 이 나라의 운명이겠구나 생각했다”며 “결국 그분은 여왕이 되셨다. 어제 오리지널 (영국) 여왕과 같이 마차에 오르는 것으로 명실상부하게 그 세리머니가 완성되었다. 이게 다 우리 국민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박 대통령을 1998년부터 시작해 3년 간격으로 분석했는데 대중이 생각하는 그분의 이미지는, 처음엔 ‘귀한 집 여식’이었다가 ‘공주’가 됐다가 ‘에비타’까지 갔고, 그러다 마침내 ‘여왕’이 됐다”며 “20대 젊은 세대에게도 박 대통령은 어떤 아이돌 스타보다 높은 수준의 공주님이고, 여왕님”이라고 했다.

황 교수는 “요즘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말이 많지만 그분의 심리적 속성상 처음부터 예견되던 일”이라며 “군주제에 무슨 인사가 있겠나? 왕은 사람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사람들이 모여서, 신하로 남든지 남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뿐이지. 우리 대통령의 심리적 특성은, 근본부터 일반인과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어 “예전 어떤 재벌 회장이 계열사 사장을, ‘천한 것들, 저 머슴들이 뭘 알겠어?’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멘탈을 최고로 뚜렷하게 가진 분이 대통령이 되신 것”이라며 “그다음부터 그분이 할 일은 ‘코스프레’뿐이다. 아주 우아한 코스프레”라고 했다.

황 교수는 “엠비(MB)는 하나님이라도 팔았지만, 엠비 다음엔 아예 여왕님을 모시게 되었다. 난 그래서 우리가 대통령을 탓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땐 인간 박근혜로 존재했는데 그를 유력한 지도자, 대통령으로 만든 건 우리다. 그 탓을 왜 남에게 돌리나”라고 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후보에 대해 “생식기만 여성”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해 논란이 인 것에 대해서는 “지금 생각해도 참 황당한 일”이라며 “우리가 얘기하는 젠더, 성(性)의 문제는 생식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데, ‘생식기만 여자다’로 언론이 호도하고, 거기 국민이 속아 넘어가는 상황을 보면서, 아, ‘앞으로 우리가 겪을 일은 속는 일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한 달 반 뒤 대선에서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앞서 황 교수는 지난해 10월 31일 한 케이블TV에 출연한 새누리당의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생식기가 남자와 다르게 태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역할”이라고 말한 뒤 사회자가 “(박 후보가)그래도 여성성을 갖고 있죠?”라고 묻자 “그거는 생식기의 문제지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한 거(는 아니지 않으냐)”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박 후보 측 이정현 공보단장은 “황 교수 발언은 도저히 입으로 옮기지 못할 만큼 충격적”이라며 ‘언어테러’라고 강력 반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