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없어. 돌이 하나도 없어.” 거친 눈바람이 남기고 간 냉기(冷氣)가 매섭던 지난 27일. 머리가 허연 자그마한 남자가 서울 방배동 한 조경 가게에 언덕처럼 쌓인 돌무더기를 어지러이 오르내리며 눈을 번득였다. 그는 코트도 입지 않은 단출한 차림으로 돌을 만지고, 살피고, 뒤적였다. “이건 밑이 약해서 안 돼.” “앞은 둥근데 뒤가 모가 났잖아, 안 돼.”

스산한 겨울 오후에 무심하게 놓인 돌들에 주먹을 휘휘 흔들며 혹평을 퍼붓는 사람은 ‘구도(求道)하는 작가’로 불리는 이우환(78)이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은 그를 ‘회화와 조각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확대한 철학자·예술가’라고 설명한다.

2011년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동양인으로서 세 번째로 개인전을 가졌던 그는 얼마 전 ‘프랑스의 자존심’ 베르사유 궁 초대 작가로 선정돼 내년 6월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10월 한국 예술가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이우환의 작품엔 그가 경멸하는 말 ‘최고 경매가’도 종종 따라붙는다.

2006년부터 나온 그의 그림 시리즈 ‘대화’는 흰 캔버스에 사라져가는 듯한 무채색 점이 하나, 많아야 서너 개가 찍힌 게 전부다. 돌과 철판이 마주 보거나, 돌 두 개가 철판을 사이에 두고 놓였거나, 방석 위에 돌들이 가부좌 틀듯 앉은 설치·조각 작품 ‘관계항(關係項)’ 시리즈도 당혹감을 불러일으킨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 때 그의 돌과 철판 앞에서 눈물을 짓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반면 어떤 이들은 ‘점 하나 찍고 예술이라니’라며 혀를 차며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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