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정대로 올해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지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두 번째 방한(訪韓) 이후 2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 교황이 된다.

교황의 방한은 전임 베네딕토 16세 재임 시절부터 요청됐던 사안이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이후부터 교황의 한국과 아시아 방문은 줄곧 현안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방문 결심을 굳힌 것은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교황청 주변에서는 교황이 브라질과 바로 이웃인 고국 아르헨티나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를 방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측근들에게 "내년(2014년)은 아시아입니다"라고 말했다는 것. 아시아에 대한 특별한 사목적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5월 3일 김포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린 뒤 트랩 아래 엎드려 한국 땅에 입맞추고 있다. 교황은 "순교자의 땅"이라는 말을 두 번 반복하며 한국에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9년에도 방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맞춰 방한한다면 교황 방한으로는 25년 만이다.

역대 교황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각별했다. 한국은 세계 천주교 선교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자생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인 경우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순교자(殉敎者)가 생겨났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난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대회 및 순교복자 103위 시성식(諡聖式)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비행기 트랩을 내리자마자 아스팔트에 입을 맞추며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고 외친 바 있다. 순교자의 피 위에 건설된 한국 천주교회에 대한 특별한 경외감의 표현이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때 다시 한국을 찾았다. 한국 천주교는 요한 바오로 2세의 2차례 방한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는 500만 신자를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천주교계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큰 기대를 보이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교황의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 특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 분단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평화'와 '화해'를 기도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에서 그가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도 세계적인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속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다. 그리고 지난해 교황에 즉위하면서 평생 청빈한 삶을 산 성인(聖人) 프란치스코를 본받겠다며 교황 즉위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했다. 그는 첫 강론에서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를 선언했다. 그는 바티칸 시티의 관저 '사도들의 궁전'을 둘러보곤 "300명이 살아도 되겠다"며 뿌리쳤다. 그리고 보통 사제들의 공동 기숙사에서 머물겠다고 했다. 침대와 책상, 냉장고만 갖춘 방이다.

교황은 관행을 깨는 행보를 거듭했다. 부활절 직전 성(聖) 목요일엔 로마 근교 소년원을 찾아가선 열두 명의 아이들 발을 씻겨줬다. 원래 남자 신도 열두 명의 발만 씻겨주던 관행을 무너뜨렸다. 교황은 지난해 11월엔 성베드로 광장에서 5만 군중 앞에서 신경섬유종을 앓아 얼굴이 온통 혹 투성이인 중년 남자를 껴안았다. 교황은 지난해 일흔일곱 생일엔 노숙자 세 명을 불러 아침 식사를 함께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런 교황을 가리켜 'liberal Pope(진보적 교황)'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