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있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高京澤)의 허총(虛塚·헛묘·시신이 묻히지 않은 묘)이 사라졌다. 제주도 제주시 봉개동 소재 김정은의 외가 가족 묘지 존재가 지난 28일 본지 보도<본지 28일자 A1면>로 처음 확인된 지 하루 만에 누군가에 의해 묘가 훼손된 것이다.
29일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김정은 위원장 외가 가족 묘지에 있는 묘 14기 가운데 김정은의 외조부인 고경택의 평장(平葬) 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고경택의 태어난 날과 사망한 일시를 새긴 비석, 묘의 경계를 표시한 경계석이 누군가에 의해 모두 파여 묘가 있던 자리에는 주변의 자갈과 흙만 남아있었다.
반면 김정은의 외증조부인 고영옥(高永玉)의 묘 등 나머지 묘 13기는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정은 외가의 가족묘지에는 이날 사라진 고경택의 묘를 비롯해 고영희의 큰아버지 고경찬(高京贊·1903년생), 고영희의 조부 고영옥(高永玉·1876년생) 등의 평장 묘 13기와 봉분이 있는 묘 1기 등 14기가 있었다.
평장 묘 13기 가운데 북한에서 사망한 고경택과 어선 좌초 사고로 사망한 고경택의 남동생 고경선의 것은 시신이 묻히지 않은 허총이다. 따라서 고경택 묘의 비석과 묘의 경계석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사실상 묘 전체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본지는 지난 28일 해당 묘의 존재를 처음 확인해 관련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전까지는 고영희가 김정일의 부인으로 알려진 뒤 그의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말이 돌기는 했지만, 고향과 친인척 묘소 등에 대해서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구체적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었다. 현재 이 가족 묘지는 김정은의 외종조부(外從祖父)인 고경찬의 후손이 관리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정은 외가 가족 묘지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지 하루 만에 누군가에 의해 묘가 훼손돼 자칫 북한과 우리나라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사라진 고경택(高京澤)의 비석에 따르면, 김정은의 외조부인 고경택은 1913년 태어나 제주에서 살다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돼 있다.
국정원은 그동안 "고영희의 아버지 고경택은 1913년 태어나 16세 때인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갔고, 1999년 사망했다. 고영희는 1952년 6월 오사카에서 태어났고, 이 가족은 1962년 10월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입력 2014.01.29. 13:30업데이트 2014.01.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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