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시 봉개동에서 발견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高京澤)의 허총(虛塚·시신이 묻히지 않은 묘)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난 28일 본지 보도로 처음 세상에 알려진 지 하루 만의 일로, 언론 노출에 부담을 느낀 친족 고모씨가 묘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현장 확인 결과 김정은 외가 가족묘지에 있던 묘 14기 가운데 고경택의 평장(平葬) 묘만 없어졌다. 묘 경계를 표시한 경계석과 비석이 사라졌고, 그 자리는 주변에 있던 자갈과 흙으로 평탄하게 채워졌다. 고경택 묘 비석에는 '1913년 태어나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1999년 귀천하시어 봉아름(봉개동의 제주사투리)에 영면하시다. 사정에 따라 허총을 만들다'고 적혀 있었으며, 아버지 고영옥(高永玉)과 아들 여섯 명의 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었다. 김정은 외증조부인 고영옥의 묘 등 나머지 묘 13기는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경찰은 고씨 일가에 대해 조사를 벌여 고경택의 친형 고경찬의 손자 A(40)씨가 이날 새벽 묘의 비석과 경계석을 파내 자신이 운영하는 숙박업소(제주시 구좌읍)로 옮긴 것으로 확인했다. A씨는 고경택 친형 고경찬(高京贊)의 넷째 아들 고승훈(承勳)의 아들로, 김정은과는 6촌 관계다.
그는 아버지 고승훈이 2013년 5월 사망한 이후 가족묘지를 관리해 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묘를 옮긴 이유에 대해 "가족묘지 보도 이후 큰 부담을 느꼈고, 작은 할아버지(고경택) 묘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랬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과의 관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외가 가족묘지는 고영희의 큰아버지인 고경찬이 1990년쯤 제주시 조천읍 지역에 흩어져 있던 선친들 묘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기 위해 조성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가족묘지는 봉분 형태의 묘들로 조성돼 있었고, 김정은 외조부 고경택의 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년 전쯤 당시 가족묘지를 관리하고 있던 고승훈씨와 그의 아들이 봉분 묘를 평장 형태로 바꾸면서 김정은 외조부 고경택의 묘를 포함시켜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묘지를 조성하고 단장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고경찬의 큰아들이 대부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