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통일을 이루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과제는 북한의 경제적 개혁·개방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 22~24일 최근 탈북자 2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8.5%가 '북 개혁·개방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남북 경제교류(12.5%)까지 합치면 경제 개방에 대한 요구가 61%에 달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 가운데 시장이나 장마당에서 장사나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주민의 90% 이상'이란 답이 21.0%, '80~90% 미만'이 27.5%였다. 주민의 80% 이상이 시장에서 상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것이다. '장사·사업 경험자가 전체의 50% 이상'이라는 응답은 86%였다. 북한 주민의 생활이 사실상 시장경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 주민들이 공식적으로 소속돼 있는 직장에서 '생산 규율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58.5%는 '변칙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지켜지고 있다'는 응답은 38.0%에 그쳤다. 북한의 공식 경제 부문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배급체제 붕괴와 사(私)경제 부문의 확대로 인해 자본주의 체제 못지않은 극심한 빈부 격차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8.0%가 '북한에 살 때 빈부 격차가 컸다'고 했다. '격차가 조금 있었다'(18.0%)는 응답까지 합치면 무려 96%가 빈부 격차를 체감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가장 잘살고 힘있는 계층은 노동당 간부'라는 응답이 50.5%로 가장 많았고, '무역과 외화벌이 간부'가 40.0%였다. 1990년대 중·후반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던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장경제가 활성화하면서 북한 주민의 생활은 오히려 나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고난의 행군 이후 생활이 나아졌다'는 응답은 51.5%, '나빠졌다'는 응답은 20.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