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수립된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에는 큰 고분을 발굴해 내부를 복원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대상이 된 고분은 '황남대총'이었지만 발굴에 앞서 인근의 작은 고분을 시험 삼아 발굴하기로 했다.
당시 작은 고분은 제대로 된 이름도 없이 황남동 155호분이라는 숫자만이 부여된 무덤이었다. 1973년 발굴 당시 신라 고유의 돌무지덧널무덤으로만 추측될 뿐이었다.
하지만 시험 발굴 결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광복 이후 처음 출토된 금관을 비롯해 모두 1만1526점의 유물이 나왔다. 현재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도 10건 11점에 이른다.
당시 발굴된 이름 없던 고분의 전모가 발굴 41년 만에 한자리에 공개된다. 오는 18일부터 6월22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천마, 다시 날다' 전시를 통해서다.
무명의 고분은 발굴 당시 신라시대 귀한 회화 자료인 '천마'를 그린 백화수피제 말다래(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판)가 발견돼 '천마총'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후 1975~76년 무덤 내부 복원과정을 거쳐 천마총은 실제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유일한 신라 능묘가 됐다. 천마총은 봉분 지름이 47m로 높이는 12.7m에 달한다.
무덤 주인은 금관과 금드리개, 금귀걸이를 비롯한 화려한 장신구와 금동제 봉황장식 고리자루칼을 차고 있었고, 머리맡에 있던 크기 1.8m×1.0m의 부장품 궤에도 온갖 보물이 들어 있었다.
우리에게는 '천마도'로 익숙한 '천마문 말다래'도 이 부장품 궤 안에서 발견됐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발굴 41년 만에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천마총 출토품의 거의 전부를 공개한다. 136건 1600여점에 이른다.
금령총 출토 '기마인물형 주자' 1점까지 포함해 국보와 보물이 모두 11건 12점이다.
전시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1부 '왕의 무덤, 천마총'과 2부 '천마문 말다래와 장식 마구', 종결부로 구성된다.
도입부에는 당시 출토된 모습 그대로 복제한 목관이 전시되고 이어지는 1부는 천마총 발굴에 따라 드러난 구조와 부장품을 살펴보는 공간이다.
중앙부에는 무덤의 주인이 안치된 널(목관)과 수많은 보물들이 가득한 부장품 궤를 당시의 모습에 가깝게 재현했다. 덕분에 관람객은 금관을 비롯한 여러 부장품들의 출토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주변 진열장에 전시되는 유물은 금관과 금허리띠 등 기존에 잘 알려진 출토품 외에도 다양하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무늬가 새로 확인된 용무늬·봉황무늬 등을 새긴 금동그릇과 연꽃무늬와 넝쿨무늬가 금입사된 큰칼 등이 대표적이다.
2부에선 '천마문 말다래'를 중심으로 장식 마구들이 전시된다. '죽제 천마문 금동장식 말다래' 1점과 '백화수피제 천마문 말다래' 2점을 처음으로 모두 함께 볼 수 있다.
'천마도'와 함께 주목을 받았지만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기마인물문 채화판'과 '서조문 채화판'도 처음 공개된다.
이들 중요 유물 공개는 전시 기간 가운데 3월18일~4월6일, 4월29일~5월18일, 6월3~22일 3차례만 이뤄진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사람 얼굴이 표현된 '금동투조장식 안장앞가리개'도 처음 선보인다. 말다래를 비롯한 마구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금령총에서 출토된 국보 '기마인물형 주자' 등도 함께 전시된다.
'천마문 말다래'를 모니터 상에서 자유자재로 이동, 확대·축소하며 세부를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돋보기가 운용되고 발굴 당시 중요 부장품들을 수습하는 영상도 제공된다.
전시는 천마총 조사단원의 사진 등 관련 사진과 기록물, 발굴보고서 등을 보여주는 종결부로 마무리된다.
천마총 특별전 '천마, 다시 날다'는 오는 7월24일부터 10월5일까지 국립청주박물관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