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위스키’란 명칭을 두고 미국 증류주 업계에서 사용권 다툼이 불붙었다. 발단은 지난해 테네시주가 통과시킨 법률. 이 법에 따르면 테네시 위스키 원조인 잭 다니엘의 양조 방식대로 만들어진 위스키에만 ‘테네시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후발주자들은 반발했다. 양조 방식과 상관없이 테네시주에서 생산된 위스키는 모두 테네시 위스키 명칭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잭 다니엘의 모기업인 브라운포맨은 새 법안을 옹호했다. 명색이 테네시 위스키라고 불리려면 생산지뿐만 아니라 양조법 전통도 따라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결국 테네시주 의회는 영국 디아지오 같은 경쟁사들의 규제 완화 요구에 따라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법 개정을 위한 표결을 앞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보도했다.
지난해 테네시주가 법을 통과시킬 때는 브라운포맨의 로비가 있었다. 의회는 테네시 위스키란 상표를 붙일 수 있는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새 법에 따르면, 테네시 위스키는 테네시주에서 양조돼야 하고 옥수수 함량은 51% 이상이어야 한다. 또 단풍나무를 태운 숯을 이용해 걸러져야 하며 헌 술통이 아니라 통 안쪽을 태운 새 참나무통(오크 배럴)에 담겨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방식은 잭 다니엘이 100년 넘게 사용한 양조법이다. 잭 다니엘은 현재 테네시주 위스키 판매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업체다.
후발주자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특히 숙성 과정에서 새 참나무통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WSJ는 “소형 위스키 생산업체들은 잭 다니엘의 방식을 똑같이 따라 하지 않고 새로운 양조 방식을 실험하고 싶어하며, 국내외에서 미국산 위스키 수요가 늘어나 새 참나무통이 부족한 상황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법 개정 선두에 선 경쟁업체는 세계 최대 주류업체인 영국 디아지오다. 디아지오는 테네시 위스키 판매량 2위인 조지 디켈을 보유하고 있다. 디아지오는 주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치며 규제 완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테네시주 상·하원의 상임위원회는 18일 회의를 열어 규제 완화 여부를 논의한다. 규제 완화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새 술통에 숙성해야 한다는 조항과 단풍나무 숯으로 걸러야 한다는 조항을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브라운포맨은 “디아지오의 주장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테네시 위스키의 품질이 저하되고 버번에 뒤처지게 된다”고 맞서고 있다.
버번 역시 미국산 위스키다. 버번은 명칭 사용과 관련해 연방 규정이 적용되는 반면, 테네시 위스키는 규정이 없다.
버번은 옥수수 함유량(51% 이상)이나 숙성 조건은 테네시 위스키와 같다. 하지만 버번은 단풍나무 숯을 이용해 거르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버번은 생산지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미국 전역에서 생산 가능하다. 현재 버번의 90% 이상은 켄터키주에서 생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