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정환 기자] 프로농구 심판판정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고 있다. 심판 때문에 프로농구를 그만 보겠다는 팬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KBL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 심판상 받을 때 관중석에서 터져 나온 야유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시상식이 지난 14일 오후 4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축제의 장이 돼야할 시상식에 야유와 비웃음이 가득한 순간이 있었다. 황순팔 심판이 심판상 수상자로 선정돼 단상에 올라서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팬들은 황 심판이 심판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황순팔 심판은 “팬들이 호응을 안 해줄 걸로 알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당연히 오심은 있었지만, 사심은 없었다.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상은 고생하신 심판위원장과 모든 심판분들을 대신해서 받는다고 생각하겠다. 감사하다”며 황급히 단상에서 내려왔다. 농구팬들이 느끼는 판정에 대한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이에 대해 이보선 KBL 심판위원장은 “기분이 좋을 것은 없다. 어떤 심판이 (상을) 받아도 야유는 나왔을 것이다. 팬들이 누구라는 것을 알고 야유했다는 것은 심판이 팬들에게 알려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워낙 심판이라는 직업이 찬사를 받을 직업은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 시즌 내내 끊이지 않았던 심판판정 문제

지난 시즌 프로농구에서 유난히 심판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1월 20일 SK 대 오리온스전에서 심판진은 치명적 오심 두 개를 범했다. 오히려 이에 항의하는 추일승 감독을 퇴장시킨 바 있다. 당시 오심여파로 KBL은 주심 최한철 심판과 1부심 홍기환 심판에게 출전정지 2주, 2부심 김백규 심판에게 1주 출전 정지의 징계를 결정했다. 세 명의 심판은 징계 기간에 보수의 20%가 공제됐다.

하지만 징계를 한다고 차후 판정이 정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12월 14일 서울 SK와 전주 KCC의 경기에서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애런 헤인즈의 돌출행동이 나왔다. 헤인즈는 공과 상관없는 김민구에게 다가가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쳤다. 호흡곤란을 일으켰던 김민구는 결국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런데 최한철, 윤호영, 이상준 3명의 심판 중 해당 장면을 제대로 보고 판정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중계방송 화면에는 헤인즈가 김민구를 치는 장면이 다각도로 정확하게 잡혔다. 현행 제도상 불가능한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었다면 정확한 판정이 가능했다. 최한철 심판은 오리온스전 오심으로 인한 징계가 풀린 뒤 2주 만에 또 다른 사건에 연루됐다. 심판문제 해결에 징계나 감봉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심판문제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3월 22일 창원 LG와 부산 KT의 4강 1차전 1쿼터 5분 51초경. LG 데이본 제퍼슨의 득점상황서 조성민이 밀려 쓰러졌지만 심판은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이에 격분한 전창진 KT 감독은 거칠게 심판에게 달려가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전 감독은 심판에게 물리력을 행사했다. 이에 김도명 심판은 전 감독에게 2개의 테크니컬 파울을 지적해 퇴장을 명령했다.

4강 플레이오프 사상 첫 번째 감독퇴장이었다. 판정의 정확성을 떠나 현직 감독들이 심판들을 얼마나 불신하는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김진 LG 감독 역시 챔피언결정전에서 심판판정에 거세게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시즌 내내 감독과 심판의 지나친 싸움에 팬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 제도적 대책이 전무한 KBL

현장에서는 심판판정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KBL과는 온도차가 있었다. 이보선 KBL 심판위원장은 올 시즌 판정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안정적이었다”고 총평했다.

4강에서 불거진 전창진 감독의 퇴장건에 대해선 "전창진 감독이 그런 것이 있어서 우리도 아쉽다. 본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김도명 심판이 오심을 했다면 다음 경기에 넣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오심이 아니었기에 2경기를 쉬고 다시 투입했다. 우리도 내부적으로 (심판을 평가하는) 점수도 있고 다 있다"고 밝혔다.
 
올해 챔프전에서 심판진이 경기마다 특정팀에게 다소 유리한 판정을 했다는 주장이 팬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돌았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이해하기 힘들다. 한 동안 일부 팀에서 심판 판정 기준이 달라진 것이 아니냐고 했는데 적극적으로 해명을 했다. 조그만 것을 하나라도 바꾼다면 심판들이 더 힘들어 한다. 혼돈이 오면 심판을 볼 수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에 비해 몸싸움 허용이 더 관대해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평소 파울이었던 동작에서 파울이 선언되지 않으면서 감독들이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있었던 것. 이 위원장은 “보는 각도의 문제다. 플레이오프에서 더 강하게 가자고 내부에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정규시즌이나 플레이오프나 그런 상황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하면 심판사이에서도 혼돈이 온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 보다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 위해 KBL은 어떤 노력을 할까. 이 위원장은 “(판정은) 우리가 개선한다고 해서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프로농구에 몸을 담고 있는 감독들이나 선수들이 서로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불신관계만으로는 개선될 수 없다”며 선수단과 심판진의 신뢰관계를 강조했다. 비디오판독 확대 등 제도적 장치 개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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