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보급된 일본 스시(생선초밥)의 한자는 '壽司(수사)'다. 그런데 23일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 첫 만찬을 가진 스시 가게 입구〈사진〉엔 '鮨'란 생소한 한자가 적혀 있다. '물고기 젓갈'을 뜻하는 '지' 자(字)이다.

예부터 도쿄를 중심으로 이 글자가 사용된 것은 냉장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 스시의 재료가 소금에 절인 생선이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오사카에서도 물고기 젓갈을 뜻하는 '鮓(자)' 자를 스시의 한자로 사용했다. 하지만 '鮨'는 한자 자체가 일본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일본에서 널리 사용된다. 일본인들은 '입에 찰싹 붙을 정도로 맛있다'고 느낄 때 '旨い(우마이)'라고 말한다. 旨(지)는 '맛있는 음식'이란 뜻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鮨' 자의 뜻은 잘 몰라도 글자(魚+旨) 자체에서 '맛있는 생선 음식'이란 인상을 받는다.

한국에 보급된 스시의 한자 '壽司(일본식으론 寿司)'는 일본의 옛 수도인 교토에서 사용된 한자로, 뜻과 관계없이 음을 빌려서 쓰는 차자(借字)이다. 하지만 이 한자 역시 일본인에게 '좋은 일을 관장한다(寿を司る)'는 뜻으로 읽혀 좋은 인상을 준다. 스시는 '시다'란 뜻의 일본어 '酸し(すし)'에서 나왔다는 것이 일반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