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아직도 샘 레이미 감독의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을 그리워 하며 마크 웹 감독의 앤드류 가필드 스파이더맨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관객들이 꽤 있다. 이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영화는 어차피 취향의 문제이니까.
하지만 그 찌질하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던 스파이더맨이야말로 진짜 스파이더맨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 이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액션의 강도가 떨어지고 로맨스물로서의 성격이 강화됐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을 더러 볼 수 있다.
이 역시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것이나 앤드류 가필드 스파이더맨에 대한 편을 들어본다면, 사실 이 캐릭터는 원작의 장점들을 많이 갖고 왔다.
물론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을 소장하고 아끼는 이들은 이 까불까불하고 소위 '입 터는' 스파이더맨이 원작 스파이더맨과 더 가까움에도 못 마땅해 할 수 있다. 히어로물을 보러 갔다가 멜로물을 보고 나왔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도 왕왕 있다. 진중함이 떨어지고 애인에 치여 철학적 사유도 부족(?)하다고 느끼며 영화적 색채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 정확히는 마크 웹 감독의 스파이더맨은 그 나름의 장점이 충분한 시리즈다. 이번 편은 로맨스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많은 히어로들 중 거의 유일하게 스파이더맨이 20대 초반임을 상기했을 때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스토리다. 스파이더맨은 전편에서는 고등학생이었고, 이번 편이 되서야 겨우 고등학생을 벗어나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연인'은 스파이더맨의 정체성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메이징' 시리즈를 통해 부각된 그웬 스테이시나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의 여주인공이었던 메리 제인은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의 삶에 균형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히어로로서 그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인물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히어로에게 필요한 '트라우마'를 제공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청춘잔혹극이고, 그에게 멜로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기에 어메이징 시리즈 뿐 아니라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에서도 여주인공의 캐릭터 비중이 빌런 못지 않게 컸다.
이런 면모가 보다 짙어진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그렇기에 한 마디로 '스파이더 보이'다. 그런 지점에서 토비 맥과이어보다 산만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훈남 대딩' 포스가 나는 앤드류 가필드는 완벽한 캐스팅이다.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의 범생이 포스를 그리워하는 이에게는 분명 이 말랑말랑하면서도 능글거리며 액션을 하다가 어느 순간 키스를 하고 있는 앤드류 가필드 스파이더맨이 너무 달라 보일 수 있겠지만, 두 스파이더맨에 대해서는 보는 이가 아예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물론 이 영화가 '다크 나이트'처럼 히어로 무비의 개념을 한 단계 바꾸거나 지평을 넓힌 작품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히어로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영화는 되지 않을까. 적어도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1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리부트가 결정 돼 많은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지만 자신의 색을 드러내며 마크 웹 감독의 스파이더맨을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것에 의미를 둘 만 하다. 치열하게 사랑하는 젊은 피를 지닌 스파이더 보이는 충분히 사랑스럽지 않은가.
한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27일까지 166만 5446명(영진위)의 관객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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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