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남용은 중국어의 순수성을 해친다. 서양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이들이 똑똑한 척하고 싶어 그러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WiFi, CEO 같은 외래어를 모두 '중국식'으로 바꿔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 교육부와 언어문자공작위원회가 외래어 사용을 근절하는 이른바 '영(零·숫자 0)번역' 퇴치 작업에 착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영번역'이란 예를 들어 MVP 같은 영어를 영문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교육부는 최근 일상생활에 뿌리내린 영문 단어를 발견하면 이를 중국식 표현으로 고친 뒤 인터넷 등에 공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VIP, CEO 등 이미 익숙한 단어라 할지라도 전문가들과 연구·토론을 거쳐 전부 중국식 표현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미 교육부는 작년 AIDS(에이즈)를 아이쯔빙(艾滋病·예자병)으로, E-mail을 뎬쯔유젠(電子郵件·전자우건)으로 바꾸는 등 일상에서 자주 쓰는 외래어 10개를 중국어로 바꿔 공표했다.

중국이 이처럼 외래어 퇴치 작업에 나선 것은 미드(미국 드라마)와 같은 서양 문화가 보급되고, 해외 유학파가 늘어나면서 MBA, iPad 같은 영어 단어가 대량 유입된 현상과 관련이 있다. 늘어난 외래어를 무조건 중국식으로 바꿔 '언어 민족주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과거엔 모토롤라사를 '모퉈뤄라(磨托羅拉·마탁라랍)'로, 코카콜라를 '커커우커러(可口可樂·가구가락)'로 표기하는 등 외국 브랜드의 원음(原音)을 살려 중국어로 표기해 왔다. 관영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달 초 '외래어 남용 안 돼'라는 특집 기사를 두 차례에 걸쳐 싣고 "이런 외래어를 계속 사용하면 중국어는 순수성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래어를 무조건 중국식으로 바꾸려는 당국의 방침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네티즌들은 "앞으로는 'VIP 라운지'를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말해야겠네" "당장 CCTV(중국 중앙방송국) 로고부터 바꾸는 것이 어떠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