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겠다.”
2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시 되는 페트로 포로셴코(48)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앞세웠다.
포로셴코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취임 이후 푸틴 대통령을 만나 대화하겠다”며 러시아와 협력해 나갈 뜻을 내비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실용주의자인 포로셴코가 친유럽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신의 사업도 염두에 두고 러시아와의 관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 '초콜릿 왕'에서 재벌 대통령으로
우크라이나 최대 제과 업체인 로셴 그룹을 이끄는 포로셴코는 ‘초콜릿 왕’으로 불린다. 키예프 국립대 국제관계·법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989년 졸업 직후 카카오 판매로 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부터 카카오 외에 여러 제과류를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동차·버스·선박 제조업, 방송국 카날5 등을 만들며 사업을 확장했다. 포브스의 집계에 따르면 포로셴코의 재산은 2013년 3월 기준 16억달러(약 1조6300억원)로 추정된다.
포로셴코는 1998년 정계에 처음 입문했다. 그는 당시 레오니트 쿠치마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이 집권하는 사회민주당 소속이었다. 그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 측근으로 활동하는 등 대표적인 정실 인사 정치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유셴코는 포로셴코 딸의 대부이기도 하다.
포로셴코는 유셴코와 오렌지 혁명을 주도했다. 2004년 유셴코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국방 장관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2005년 국영 재산 사유화 논란으로 구속됐고, 장관 자리에서도 해임됐다.
그는 이후 2006년 다시 의원으로 활동하며 국회 재정·은행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2009년에는 외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친서방파인 포로셴코는 2009년 10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도 지지했다.
그는 친러시아계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당선 이후 2010년 3월 외무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그에게 다시 외무 장관과 경제 장관을 맡겼다.
◆ 중도주의 노선…유럽화·우크라이나 단일화 집중
재벌 출신으로 친유럽 성향을 가진 포로셴코는 대표적인 중도파 정치인이다. 우크라이나의 유럽화를 강조한 포로셴코는 극심한 갈등을 겪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남부 지역의 융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방 정부와 경제 개혁, 투자 환경 개선 등도 약속했다.
포로셴코는 자신을 우크라이나의 유럽화를 위해 준비된 정치인이라고 표현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포로셴코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유럽연합(EU)과의 연합을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 85%가 유럽화를 지지했다”며 “모든 권력기관은 앞으로 직무를 수행할 때 유럽 방식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지난달 WP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을 연합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연방국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이는 제2의 크림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며 “이들 지역과 통합된 국가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러 세력을 포용하려는 그의 노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첫 번째 임무는 전쟁과 혼란, 무질서를 끝내고 평화로운 우크라이나를 만드는 일”이라며 “우리의 결단력 있는 행동이 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반정부 사회단체는 새 대통령이 과거처럼 우크라이나 지배층을 포용하는 데 집중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는 아직 우크라이나 대선 결과에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상태라고 WP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4일 “새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야누코비치를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선거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가를 하나로 구성하는 데 한 걸음 나아갔다”고 밝혔다.
크림 공화국도 아직 대선 결과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이날 개표가 25% 진행된 상황에서 포로셴코는 54.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2위인 율리야 티모셴코(53) 전 총리는 13.1%에 그쳤다.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달 2일 이후에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