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버려진 낙하산과 카시트로 만든 옷이라고?"
지난 18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치니 박물관에서 열린 안무가 조용민의 공연 '더 브리징 컬러스-화이트(The Bridging Colours-White)'를 보던 관객들이 던진 질문이다.
조용민(46)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안무가이자 무용가. 백의민족(白衣民族)을 주제로 흰색을 춤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런 그가 최근 관심을 보인 건 다름 아닌 '재활용 옷'. 매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한복을 맞추려면 돈도 돈이지만 옷감이 낭비되는 게 싫어서 고민하던 조씨는 재활용품으로 옷을 완성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문제는 디자인이었다. 조씨는 "외국 관객이 봤을 때 결코 초라하지 않고 풍성하고도 우아한 공연 의상을 만들고 싶었는데, 재활용품으로는 그 구현이 쉽지 않을 것 같아 고민했다"고 했다.
작년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국 브랜드 전시에서 폐타이어나 버려진 낙하산, 카시트 등으로 옷을 만드는 우리나라 브랜드 '래;코드'를 알고 나서 조씨는 실마리를 얻었다. '래;코드' 팀과 조씨는 한국적인 선(線)과 우아한 흰색은 최대한 살리되 가장 실용적인 소재로 옷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고, 버려진 카시트와 낙하산, 폐현수막 등으로 한복을 만들었다. 멋을 위해선 일부분 오간자(organza·투명한 비단)를 쓰기도 했다. 조씨는 "우리의 춤은 원래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면서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도 좋은 무대 의상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