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당 한신아파트 앞 버스정류장. M버스를 타는 대기라인은 100미터를 넘는 줄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미금과 정자에서 이미 좌석이 꽉 찼기 때문. 증차된 버스에는 M버스처럼 남은 좌석 수를 알려주는 시그널이 없어 좌석을 확인하려는 승객들이 몰리며 줄이 흐트러졌다. 버스업체 직원이 간신히 줄을 정리해보지만 30분이 넘게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2.경부고속도로를 타기 직전 직장인들이 몰리는 버스정류장인 판교 낙생육교 정류장. 광화문으로 가는 9401번 버스 등 대부분의 버스가 좌석이 꽉 차 그냥 지나간다. 정류장에는 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 신분당선이나 분당선 지하철을 타러가는 사람, 공무원들에게 항의하는 사람 등 그야말로 카오스다. 한 승객은 공무원에게 이 상황을 제대로 모니터링해 보고하라고 고함을 지르기까지 한다. 결국 30분이 넘게 기다리던 승객들은 어이러니하게도 9000번 버스에 서서 출근했다.
광역버스 입석금지가 시행된 첫날 분당·판교·용인라인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입석을 금지하는 대신 버스를 증차하겠다고는 했지만 승강장의 혼란을 막을 수는 없었다.
◇30분에서 1시간 대기 예사…승강장 혼란 극에 달해
판교·분당에서 서울 도심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상당수는 평소보다 출근길을 재촉했지만 버스정류장에서 20~30분을 기다리는 것은 예사였다. 대기시간은 미금에서 시작해 경부고속도로 진입 초입인 판교까지 오는 동안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좌석이 꽉 차버려 한신아파트와 판교 낙생육교 정류장은 무정차 통과해버렸고, 증차 버스의 상당수를 서현과 한신아파트 정류장에서 출발하도록 했지만 증차 대수가 제한적이다보니 20분 이상 대기는 예사였다.
서현중학교 정류장에서 승차한 한 승객은 "광역버스가 많이 다니는 판교와는 달리 이곳은 탈수 있는 버스가 제한적"이라면서 "배차간격도 생각만큼 짧지 않고 대부분이 만차 상태로 서지도 않아 평소 5분이면 타는 것을 25분이나 기달렸다"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 진입 초입인 판교 낙생육교 정류장은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신분당선이나 분당선 지하철로 타러가는 승객들이 늘어났고, 결국 9000번 버스 입석으로 타고 출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버스를 타고자 승객 15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출근길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모니터링 등을 위해 나와있던 경기고속과 대원고속 등 일부 버스회사 직원들은 '융통성'을 발휘해 시민들의 입석을 허용한 것. 한 경기도 공무원은 "오늘은 계도기간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융통성을 발휘해 입석을 허용시키라고 어제 연락을 받았다"면서 "현재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 입석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도 상황은 마찬가지 평소 10분만 기다리면 광역버스에 탈 수 있었지만 30분을 대기하는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 상에는 한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탔다는 승객들도 종종 보였다.
승강장에서 모니터링을 나온 공무원과의 실강이는 기본이었다.
시민들은 시계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굴렀지만 만차유무, 남은 좌석, 대기 승객 수 등만 모니터링만 진행하겠다는 정부와 지자체의 발표대로 승강장의 혼란과 상관없이 뒷짐지고 모니터링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한 승객은 공무원들에게 똑바로 모니터링해 보고하라고 고함을 지르는가 하면 혼잣말로 국토교통부 공무원에게 욕설을 내뱉는 승객도 다수였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입석 금지가 원칙"이라면서 "나는 모니터링을 위해 이곳에 나와있는 것이지 조율을 하기위해 와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요일에 시행 않고 수요일에 하는 저의가 뭐냐" 분통
문제는 대학생들이 방학기간이어서 혼란이 덜했다는 지적이다. 방학이 끝나는 8월 말부터 광역버스 입석금지로 인한 혼란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는 '서울 원룸 활성화를 위한 창조경제'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출근길 불편에 서울시에 원룸이라도 구해야 하지 않냐는 불만섞인 토로들이 반영된 것이다.
버스승강장에 안내표지판 하나없는 점과 정류장 대기방법 안내가 없던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M버스처럼 남은 좌석을 알려주는 시그널이 없다보니 좌석을 확인하기 위해 승객들이 몰려들며 줄이 흐트러지는 일이 반복됐다.
직장인 박모씨는 "대기라인이 불명확해 혼선이 있고, 좌석이 몇개 남았는지를 모르다보니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며 "좌석이 없는 버스는 무정차통과하고 대기라인을 정확하게 지정한 뒤 좌석이 남은 버스를 정차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광역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시행 날짜를 수요일로 정한데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주중 수요일은 가장 차가 밀리지 않는 날이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본격 시행했을 경우 지옥같은 교통정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월요일 출근길은 한남대교 북단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해 남산1호터널과 삼일로를 거쳐 광화문으로 넘어오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즉 시행 초기 혼란과 부작용이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날짜를 차가 덜 밀리는 수요일로 정했다는 비아냥이다. 분당거주 이모씨는 "정부가 입석금지 조치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요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돌아오는 월요일에 교통대란을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