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수정동 한화 아쿠아플라넷(아쿠아리움). 매표를 기다리는 입장객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대부분 휴가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여수를 찾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었다. 2만700원짜리(성인 기준) 입장권을 구입하고 6050t 수족관이 마련된 2층 관람실에 입장하기까지 40~50분이 소요될 정도로 인파가 넘쳤다. 이날 하루 관람객은 1만여명으로, 비성수기 1000여명에 비해 10배가 많았다. 아쿠아리움을 운영하는 '한화호텔&리조트'는 7월 21일~8월 17일 1시간씩 연장 운영했다.
2012년 5월 여수엑스포 개막에 맞춰 박람회장 바로 옆에 문을 연 아쿠아리움은 여수의 주력 관광 상품으로 떠올랐다. 당초 기업 입장에선 손해를 감수하는 모험이었다. 정부의 민자 투자 요청에 따라 남해안 끝머리 중소도시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현상 유지만 해도 성공'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여수가 엑스포를 계기로 남해안 핵심 관광 도시로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아쿠아플라넷 여수' 운영팀 전웅성 대리는 "연초 기름 유출과 세월호 여파에도 불구하고 입장객이 예상을 뛰어넘어 경영진이 많이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방문객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100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여수가 명실상부 국내 대표 해양 관광도시를 향해 빠르게 발돋움하고 있다. 엑스포를 계기로 인지도가 상승하고, 교통과 숙박, 편의·놀이 시설 등이 대폭 보강된 여수는 '관광 기초 체력'이 우수해졌다. 2010년 638만명이던 관광객은 지난해 1041만명(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수)을 기록했다. 올해도 1000만명은 거뜬하게 넘을 전망이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관광객 1000만명을 돌파한 지역은 여수를 비롯해 경기 용인과 과천, 제주 서귀포시 등 4곳뿐이다.
문체부 산하 한국 문화관광연구원은 "수도권의 용인과 과천, 제주에 위치한 서귀포는 그 지리적 특성상 '1000만 관광객'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며 "이에 비해 여수의 1000만은 '사계절 체류 관광'이 가능한 여수 자체 관광 인프라의 힘으로 달성한 것이라 그 의미가 더 뜻깊다"고 말했다.
여수 지역 자본이 세운 '히든베이 호텔(10층·131실)'은 7~8월이면 방이 꽉 찬다. 야외 수영장과 바비큐 시설 등을 갖춘 이 호텔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밀려들고 있다. 김수봉 이사는 "엑스포와 '여수 밤바다' 노래 덕에 투숙객 중 60% 이상이 20~30대 젊은층이었다"며 "여수에는 아름다운 섬도 많고, 박람회장과 아쿠아리움, 만성리 레일바이크 등 놀거리도 풍성해 투숙객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무료 재개장한 여수박람회장의 지난해 4~12월 입장객은 190만명. 올해는 250만명이 목표다. 성수기(7~8월)의 경우 하루에 2~3만명이 입장한다. 박람회장 주변 바다를 조망하는 '스카이타워'와 멀티미디어쇼 시설인 '빅오', 한화의 '아쿠아리움'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9일 박람회장을 가족과 찾은 양일동(42·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씨는 "순천만을 둘러보고 청정한 바다가 보고 싶어 여수로 왔다. 보석처럼 빛나는 야경에 반했다"며 "볼거리가 많고 싱싱한 제철 음식이 맛있어 아이들이 또 오자고 한다"고 말했다.
박람회재단은 올해 엑스포 기념관과 해양레포츠 체험장, 해수풀장, 게스트 하우스 등을 새로 선보였다. 이밖에 테디베어 월드 뮤지엄과 스카이플라이(공중하강체험), 엑스포 범퍼카, 투어전기차, 극지체험전시장, 동물체험전 등을 운영 중이다. 매일 저녁 진행하는 빅오쇼 2000여좌석은 요즘 연일 만석을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관광 콘텐츠는 관광객의 발길을 더 오래 붙잡는다. 재단이 지난해 4월20일~12월 말 입장객 1750명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60% 이상이 여수에서 하루 이상 숙박을 원한다고 답했다. 재단은 "과거 여수는 하루 스쳐지나가는 관광지에 불과했으나 엑스포 이후 체류형 관광지로 체질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365개 섬을 품고 있는 여수는 섬 관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섬 관광을 통해 '1000만 관광 시대'를 공고히 하자는 전략이다. 전남 신안이 '1004 섬'이라면, 여수는 '365 섬'이다. 이에따라 시는 '여수 365생일섬' 지정 사업을 추진한다. 내달까지 용역을 마무하고 내년에 본격 사업을 시작한다. 각 섬을 생일섬으로 지정해 섬 관광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김광중 시 홍보과장은 "반도의 특성을 모두 지닌 여수의 서쪽에선 낙조를, 남쪽에선 구불구불한 해안을, 동쪽에선 외해로 뻗은 바다에서 일출을 경험할 수 있다"며 "풍광과 걷는 맛이 제주 올레길을 능가하는 금오도 '비렁길'이 특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시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인 거문도·백도·금오도는 생태관광단지로, 경도·소호동은 해양레포츠·마리나(요트 접안시설) 단지로, 여자만과 화양지역은 휴양·관광단지로 조성한다. 또 비렁길과 갯가길, 해안자전거 하이킹, 요트·카약 등 해양레포츠를 결합한 체험형 관광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