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체험훈련 중 숨진 제13공수 특전여단 소속 부사관 2명은 사고 당시 "살려달라"고 외쳤으나 교관들은 이를 훈련상황으로 오해해 40분 이상 방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육군이 3일 밝혔다.
올해 처음 도입된 훈련이지만, 비상상황 발생 시 대처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훈련을 강행했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다.
지난 2일 오후 10시 40분쯤 충북 증평군 제13공수여단 예하부대에서 특전사 대원인 이모(23) 하사와 조모(21) 하사가 훈련 도중 숨졌고 전모(23) 하사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숨진 부대원들은 부대 내 모의훈련장에서 5인 1조로 '포로체험' 훈련을 받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부대원들이 이송된 병원 측은 이들이 질식사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사고를 당한 부대원들은 적군에게 포로로 잡혔을 상황을 대비해,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얼굴에 두건이 씌워지고 양팔은 뒤로 결박당한 채 1시간 이상 참아내는 훈련을 받는 중이었다.
숨진 이 하사와 조 하사는 방수처리가 된 폴리에스터 재질의 검은 두건을 쓰고 훈련을 받던 도중 소리를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승용 육군 홍보과장은 "야간 훈련이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난 오후 10시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대항군' 역할을 한 간부들과 훈련통제관은 부사관들의 호소를 '상황극'으로 오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통제관은 전 하사도 고함을 지르기 시작하자 훈련 시작 1시간 40분 만에 확인에 들어갔지만, 이 하사와 조 하사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전 하사 또한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포로체험훈련은 미국 외 영국·호주 등의 특수전 부대에서도 실시하는 훈련이지만, 외국에서도 훈련 도중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만큼 위험이 수반되는 훈련이다.
육군은 미 특전사에서 시행하는 훈련을 실전감 있게 준비해 시행하기 위해 올 4월부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유관기관의 도움을 받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밝혔지만, 위험한 훈련을 강행하면서 안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전사 정훈계획장교 안등모 중령은 3일 대전국군병원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훈련과 관련해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별도 매뉴얼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시인했다.
이번 훈련은 오는 15일부터 시행할 본 훈련을 앞두고 예행훈련 차원으로 진행됐다. 주간에는 오전 8시 20분부터 11시까지 2시간 40분 정도 같은 훈련을 진행했지만 사고 없이 끝마쳤고, 야간 훈련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전사 관계자는 "주간 훈련 때는 두건 끈을 조이지 않았으나 야간엔 훈련 강도를 높이기 위해 두건 끈을 조였다"고 말했다.
입력 2014.09.03. 21:00업데이트 2014.09.0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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