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스웨덴 스톡홀름 앞바다에서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괴물체가 포착됐다. 스웨덴 해군은 군사작전 중 조난당한 러시아 잠수함으로 확신했다. 이 잠수함이 러시아 발트함대와 주고받은 비밀 교신을 스웨덴 해군이 포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스웨덴 해군은 일주일간 이 잠수함을 추적하다 결국 포획에 실패했다. 작전에 참여한 스웨덴 해군사령관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고작 200명에 불과했다"며 탄식했다. 스테판 뢰프벤 총리는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군사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출범한 좌파 연정(聯政)의 뢰프벤 총리가 '징병제 부활' 카드를 빼들었다. 2010년 당시 우파 정권이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한 후 병력이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페테르 휼트크비스트 국방장관은 28일 "병력 확충을 위해 2010년 폐지한 징병제를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은 1990년대까지 북유럽의 군사 강국이었다. 인구 970만명에 동원 가능한 병력이 80만명에 이르렀다. 스웨덴 국방의 핵심은 1901년 시작된 징병제였다. 남성들은 18세가 되면 7~15개월간 군에서 의무 복무를 했고, 1980년부턴 여성도 병역 의무를 졌다. 동서(東西) 냉전이 한창일 때는 남성의 85%가 군 복무를 했다.

스웨덴 군사력 약화는 1991년 소련 붕괴가 계기가 됐다. 눈앞의 군사 위협이 사라지자 '국방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득세한 것이다. 각종 대체 복무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면서 실제 군 복무를 하는 인원이 급감했다. 2000년대 들어 국방비도 20%나 삭감해 버렸다. 정부는 2010년 7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해 버렸다. 군대도 자국보다 해외 분쟁 지역에 주로 파병하고, 군 조직을 본연의 업무인 '국방'이 아니라 '재난'에 대처하는 조직으로 만들었다.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군대 모델"이라고 선전했다. 현재 스웨덴의 국방비는 GDP의 1.13% 수준이다.

"첨단 무기를 바탕으로 작고 효율적인 군대를 운영하겠다"는 스웨덴 정부의 이상(理想)은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모병제 첫해 5300명 모집을 목표로 했으나 젊은이들이 과중한 업무와 해외 파병을 꺼리면서 그 절반만 충원하는 데 그쳤다. 줄어든 국방 예산으로는 첨단 무기를 보충할 수 없었다. 400대에 이르던 전투기는 1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때 80만명이나 되던 병력도 15만4000명으로 줄었다.

푸틴의 재집권 후 러시아의 군사력 팽창이 가시화되자 스웨덴 군사력의 밑천이 곧 드러났다. 2013년 초 러시아 전투기가 스웨덴 영공을 침범해 군기지를 가상으로 타격하는 훈련을 실시했지만, 스웨덴은 전투기도 발진시키지 못했다. 스웨덴 사회가 발칵 뒤집어지면서 감사원이 대대적인 국방력 점검에 나섰다. 1년 후 나온 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 '스웨덴은 제한적 공격을 당하더라도 일주일 정도밖에 버티지 못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