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朝日)신문 11일자 1면에는 한 일본 만화의 종간(終刊)을 알리는 기사〈사진〉가 왼쪽 아래에 실렸다. APEC 중·일회담 관련 톱기사와 일본 소비세 인상 여부를 묻는 자체 설문 조사 기사와 함께 1면에 실린 단 4건의 기사 중 하나였다. 이뿐이 아니었다. 2면에 저자 인터뷰, 30·31면 2개 면 전체를 털어 특집으로 보도했다.
주인공은 1999년 만화 주간지 '소년점프'에 연재를 시작, 15년 만인 지난 10일 700회로 막을 내린 '나루토'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샐러리맨 만화 '시마 과장'의 주인공이 2008년 만화 속에서 사장으로 승진했을 때 일본 신문들이 사회면 톱기사로 다루기는 했지만, 만화 대국 일본에서도 주류 신문이 개별 만화의 종간 소식을 신문 1면을 비롯 4개 면에 걸쳐 게재한 것은 예를 찾기 힘들다. 웹진 에이코믹스 김봉석 편집장은 "나루토는 일본이 자랑하는 히트 만화 성공 공식을 따른 사실상 마지막 세대일 수 있다"며 "한 시대를 마무리하는 상징성에 아사히 등 주류 언론이 주목했다"고 말했다.
일본뿐 아니라 온라인과 SNS를 통한 해외 반응도 뜨겁다. 미국·프랑스·말레이시아 등 각국 트위터 이용자들은 '#ThanksNaruto(고마워요 나루토)'라는 해시태그(SNS에서 # 뒤에 특정 단어를 붙여서 해당 단어 관련 글을 모아 볼 수 있게 한 기능)를 공유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어릴 적부터 용맹한 닌자가 되길 꿈꿨던 소년 '우즈마키 나루토'가 무술을 연마하고 악당들을 물리치며 꿈을 이룬다는 줄거리의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소년 만화지만,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구미권 독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꾸준히 히트했다.
지난 6일 중국 인민망은 나루토 종간 소식을 전하면서, 나루토가 중국에서도 히트한 이유에 대해 "아이들 비위에 맞추기 위한 도구 역할에 머무른 게 아니라, 독자들에 감동과 생각할 여지를 주고 만화 주인공과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민망은 또 "스토리 안에서 전개되는 우정과 애정, 충성과 배신, 자유와 속박, 삶과 죽음 등의 요소가 독자들에게 공감과 흥분을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나루토는 일본에서 1억3000만권, 해외에서 7000만권이 팔렸다. 1995년 종간된 드래곤볼(해외 판매 2억권) 이후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일본 만화다.
나루토는 애니메이션·게임 및 각종 캐릭터 상품 사업 등도 활발하게 진행돼 드래곤볼(80년대)과 포켓몬스터(90년대) 계보를 잇는 대표 일본 만화 상품이라는 평가다. 일본 언론들은 나루토가 앞으로도 일본 아베 정권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쿨 재팬' 전략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전망한다. 만화 연재는 끝나지만 애니메이션·캐릭터 상품 등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고, 나루토 성공에 힘입어 제2, 제3의 나루토가 계속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쿨 재팬'이란 일본이 대중문화 등 친숙한 아이템을 앞세워 문화콘텐츠·식품·의류 등의 수출량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는 식의 일본 정책이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히트한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이 '수출'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추구하다 보니 외국 팬들이 저절로 좋아하게 된 것인데, 지나친 정치색이 들어갈 경우 오히려 해외의 반감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