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협착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한 가수 신해철 유족 측과 수술한 스카이병원 간의 의료 사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씨를 처치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중대한 의료 과오가 드러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신씨 유족 측은 지난 10일 스카이병원에서 촬영한 수술 전·후 가슴 엑스레이 사진을 공개했다. 수술 후 찍은 사진은 장 협착 수술 이틀째(10월 19일) 것으로 신씨가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때였다.

영상의학 전문의들에 따르면 수술 후 가슴엑스레이에서 심장과 폐 사이 공간인 종격동에 비정상적인 공기 음영이 선명히 보인다. 심장을 싸는 심낭 안에도 공기가 들어가 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이 두 곳에 공기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수술 전 가슴엑스레이에서는 이곳에 공기가 없었다. 즉 이틀 전 시행한 장 협착 수술 과정에서 복부와 흉부를 가르는 횡격막이 손상됐고, 구멍이 뚫리면서 배 안의 공기가 이를 타고 흉부의 종격동과 심낭으로 들어갔다는 결정적인 징표다. 이는 배 안의 염증이 흉부로 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신씨의 진료 차트에 따르면 당시 신씨는 수술 후 극심한 가슴 통증을 수차례 의료진에 호소했다. 고려대병원 흉부외과 선경 교수는 "종격동과 심낭 염증이 있으면 대개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며 "통상 종격동 염증이 발생하면 전신으로 퍼지는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당히 중대한 상태이기 때문에 강력한 항생제를 쓰고, 2차 수술을 고려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씨 진료 차트에는 종격동이나 심낭 염증 발생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 신씨에게 설명했다는 기록도 없다. 흉부 CT 등 정밀 검사를 하지 않았다. 수술 후 찍은 엑스레이에 대해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자문하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진통제를 수차례 투여한 것으로 돼 있다. 스카이병원이 횡격막이 뚫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처치가 지연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집도의인 강세훈 원장은 "추가 검사를 하려고 했으나 신씨가 자발적으로 퇴원을 강행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씨 유족 측 서상수 변호사는 "당시에 횡격막 손상과 종격동 염증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 김선욱 변호사는 "환자가 후유증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설명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의적인 퇴원을 했다면 이를 놔둔 의료진에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신씨는 계속된 통증으로 스카이병원을 재차 방문해 입원했다. 그때도 횡격막 손상으로 인한 후유증 가능성이 있거나 정밀 처치를 했다는 진료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시행한 부검에서 횡격막 손상과 종격동·심낭 염증은 확인됐고, 음식 찌꺼기가 횡격막을 넘어 흉부에서도 관찰됐다. 신씨의 사망 원인은 흉부 종격동·심낭 염증과 복막염, 그로 인한 패혈증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