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 발굴팀은 지난 8~9월 그리스 북부에서 '정복왕' 알렉산드로스 대왕(알렉산더 대왕·기원전 356~323년)의 부모 고분으로 추정되는 유적을 잇달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마케도니아 정부는 수도 스코페에 고고학 박물관을 개관하면서 인근에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그 부모의 대형 동상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코페 중앙광장에 이미 높이 14.5m의 대형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상〈사진〉이 있는데 또 세우겠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도시국가 등으로 이루어진 고대 그리스의 왕국 중 하나인 마케도니아의 국왕으로 그리스·페르시아·인도에 이르기까지 대제국을 건설한 영웅이다.

이번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쟁탈전'이 20여년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의 국명(國名) 사용 여부를 놓고 벌어진 싸움의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케도니아는 1991년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분리 독립하며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그리스 북부 지역 이름인 데다 현재 마케도니아 국민은 고대 그리스계가 아닌 6~7세기에 이주한 남슬라브인"이라며 마케도니아의 국명 사용에 반대했다. 결국 국제사회 중재 끝에 마케도니아는 1993년 '마케도니아 옛 유고슬라비아 공화국(FYROM)'이라는 임시 국명으로 유엔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두 나라는 12일 유엔에서 이 문제를 두고 재협상을 시작했다. 이를 앞두고 기선 제압을 위해 마케도니아의 상징적 인물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서로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갈등의 불씨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통치한 마케도니아 왕국이 현재 국경을 기준으로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코소보 등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유럽 최빈국인 마케도니아와 경제난에 시달리는 그리스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관련 유적과 기념물을 앞세워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마케도니아는 2010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스코페 2014'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수도 스코페에 알렉산드로스 대왕 동상과 그리스 신전 스타일의 박물관 등을 지었다. 이에 투입된 돈만 5억유로(약 7000억원)에 달한다. 그리스도 알렉산드로스 대왕 유적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