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노상에서 잠을 자던 이모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손에 이끌려 경찰차에 올랐다. 경찰은 이씨를 집에 돌려보내려고 경찰차에 태웠지만, 이씨는 갑자기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붓고 난동을 부렸다. 경찰이 제지하자 이씨는 경찰관 멱살을 잡고, 허벅지를 발로 걷어차기까지 했다. 경찰은 이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지난 9월 김모씨는 공원에서 노숙자 폭행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술 마시는데 시끄럽다는 이유로 욕을 하고, 목 부분을 두 차례 때린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김씨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 모두 예전 같으면 정식 재판이 아닌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될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공무를 수행 중인 경찰관의 멱살을 잡으려면 법정 피고인석에 설 각오를 해야 한다. 검찰이 지난 3월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법 집행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후 재판에 넘겨진 공무집행방해 피고인이 예전보다 3배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17일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조은석 검사장)에 따르면 지난 3월 공무집행방해 사범을 엄중처벌하기로 한 방침을 시행한 이후 6개월(4~9월) 동안 구속된 사람은 1123명(구속기소는 1120명)에 달했다. 이는 작년 1년 동안 구속기소된 공무집행방해 사범(786명)보다 43%가 증가한 수치다.
올 4~9월 공무집행방해 사범 중 구속기소자 비율은 13.2%로 지난해 평균 5.2%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만 해도 10명 중 2명꼴로 정식재판(구속 5.2%, 불구속기소 17.6% 등 22.8%)에 넘겨지고, 7명꼴로 벌금형에 약식기소됐다. 하지만 올 4~9월 사이 6개월 동안 정식재판에 넘겨진 비율은 76%로 급증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정식재판에 넘겨지고, 반대로 약식기소 비율은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검찰이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세운 것은 더 이상은 공권력 무력화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찰관을 폭행하더라도 '술에 취해서' '피해가 적다'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에 그쳤고, 이런 관행은 사회 곳곳에서 공권력 경시 풍조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정복 착용 경찰관을 상대로 멱살을 잡거나 주먹을 휘두른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동종 전과(前科)나 음주 여부를 불문하고 적용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출동한 경찰이 폭행당하면서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경찰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서는 질서가 잡힐 때까지 앞으로도 같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뿐 아니라 법원도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법정형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법정형 자체는 최근 형량을 2년 이하 징역형에서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형량을 높인 독일보다도 세다. 하지만 대법원이 2011년부터 시행해온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기본 양형 기준은 징역 6~16개월에 불과하다. 그런데 실제로 지난 한 해 1심 법원이 선고한 공무집행방해 사건의 50%는 벌금형만 선고됐고, 25%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12%에 그쳤다.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양형위원회가 과거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 관대하게 처벌하던 판결 통계를 토대로 양형 기준을 만들다 보니 현행 양형 기준이 너무 낮고, 법원이 유독 경찰 폭행범에 대해서만 벌금형 위주로 관대한 처벌을 해왔다"며 "법원도 양형 기준을 높이고, 집행유예 기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