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연말·연초까지 이어질 쇼핑 대목을 맞아 유통업계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장난감 가게와 백화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온라인몰 '바비콜렉터닷컴'에서 판매하는 2014년 연말 한정 바비 인형.

연 매출 220억달러(약 24조3540억원) 규모의 미 완구업계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레고와 바비 인형이 양분해온 어린이용 선물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었기 때문이다. 바비인형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여자 어린이용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 1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미국소매협회가 이달 3~10일 66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자아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1위는 디즈니의 겨울왕국 캐릭터 상품이 차지했다. 응답자 20%의 지지를 얻었다. 바비 인형은 16.8% 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고 USA투데이는 보도했다. 반면 레고는 남자 어린이용 선물 1위 자리를 지켰다. 장난감 외에도 어린이용 태블릿PC, 게임기 등 정보통신(IT)기기들까지 인기 선물로 떠올랐다고 25일(현지시각) 마켓워치는 전했다.

바비 인형 제조사인 마텔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마텔의 수익 중 20%를 차지하는 바비 인형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텔의 올 3분기 수익은 3억318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다. 매출은 8% 줄었다. 겨울왕국과 앵그리버드 같은 영화, 게임 관련 캐릭터 상품들의 성장세가 빠른데다, 바비 인형에 대한 반감이 커진 탓이다.

여성계에서는 바비 인형의 생김새가 비현실적이고 전통적인 여성상에 얽매여 있다며 불매 운동을 하고 있다. 얼굴에는 주근깨가 있고 몸매는 통통한 인형도 바비 인형의 경쟁 상품으로 출시됐다. 미국 여성들의 평균적인 외모를 반영해 인형을 디자인한 니콜래이 램(Nickolay Lamm)의 이름을 따 ‘래밀리(Lammily)’돌로 불린다.

바비 인형의 추락을 막기 위해 마텔은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 25일 마텔은 ‘IT 기업가’ 바비 인형을 출시했다. 컴퓨터 공학자, 대통령, 건축가 등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진 직업들도 최근 바비 인형 시리즈에 추가됐다. 연말 기념 상품도 흑인과 백인 두 종류로 출시했다.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주인공 엘사.

경쟁업체와도 손을 잡았다. 마텔은 자체 상품 외에도 디즈니와 손잡고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인 ‘엘사’와 ‘안나’를 본뜬 인형을 생산 중이다. 올 초 뉴욕국제완구박람회 2014에서 첫선을 보였다.

마텔은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2016년까지 사업비용을 2억5000만~3억달러 줄이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팀 등 업무가 겹치는 부서를 통폐합하고, 해외 생산시설을 무인자동화 설비로 대체할 계획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인건비가 해마다 두자릿수로 상승하면서, 해외 공장에서 수작업할 유인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