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올 들어 처음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카지노와 결합된 복합(複合) 리조트를 올해 두 곳 허용하기로 했고, 정책 자금 1조원을 투입해 호텔 5000실을 늘리기로 했다. 판교 일대엔 IT 기업 산업단지인 '판교 창조경제밸리'를 조성하고, 용산 주한 미군 이전 부지나 현대차가 매입한 한전 부지 개발을 2년쯤 앞당기는 내용도 들어있다.

정부의 부양책을 뜯어보면 과거 발표한 정책이나 대통령 업무 보고 내용에서 제목과 포장만 바꾼 게 대부분이다. 복합 리조트나 호텔 객실 확장은 이미 여러 번 나왔던 얘기이다. 인천 영종도 외국계 카지노도 작년 4월 벌써 허용했다. 판교 창조경제밸리는 경기도가 2005년 만든 '판교 테크노밸리'가 성공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뒤늦게 숟가락을 얹고 있다는 인상이다.

과대 포장된 것도 있다. 지난 15일 미래부와 금융위원회는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산업·기업은행 등 정책금융 기관 네 곳에서 정책금융을 모두 180조원 쏟아붓겠다고 했다. 마치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네 기관의 작년 정책금융 지원액은 177조원이었다. 올해는 기껏 3조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관료들이 포장만 그럴듯하게 바꿔 재탕, 삼탕하는 정책을 내놓으면 잠시 국민과 대통령의 눈길을 끌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투자로 연결될지는 의문이다. 국내 주요 3000여 기업의 설비투자액은 2014년 130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고작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초에 대기업들이 약속한 136조1000억원 설비투자 계획보다 4.1%나 적다. 기업 설비투자액은 2011년 131조8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3년째 답보 상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6차례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고 총수들도 대통령 앞에서 투자를 늘리겠다고 여러 번 언약했지만 실제론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기업들은 전망이 밝으면 정부가 뜯어말려도 투자를 감행한다. 정부가 기업 투자 심리를 바꿀 획기적 대책을 실행하지 못하면 투자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나라 경기가 움츠러드는 악순환(惡循環)이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 관료들은 보고(報告)를 위한 보고에 매달리고 귀에 듣기 좋은 대책만 양산하고 있다. 작년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후 잠시 떠올랐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완전히 증발하고 말았다.

경제 부처들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피아 척결 흐름으로 인해 공무원들의 일할 의욕이 움츠러든 데다 부서마다 인사 정체(停滯)가 겹치면서 새로운 정책 개발을 사실상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창조경제 정책만 해도 '창업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식의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만 상부에 보고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벤처 육성을 위해 정말 해야 할 대책이 있어도 얘기를 꺼내지도 못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대통령이 관료들을 달래가며 기업들을 추동(推動)할 수 있는 실속 있는 투자 활성화 정책을 내놓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관료들도 벌써부터 정권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무성의한 부양책으로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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