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하얀 신부'라는 별명을 가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는 2011년 전만 해도 북아프리카 외교·상업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강력한 통치로 치안이 안정적이었고, 석유 수출로 번 돈으로 건설 경기도 활발했다. 하지만 40여년간 리비아를 지배해 온 카다피가 2011년 10월 사망한 후 정부군과 반군 간 세력 다툼 속에 IS 등 테러 조직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

27일 오전 10시쯤(현지 시각) 검은 복면을 한 무장 괴한들은 트리폴리 최고급 호텔인 코린시아(Corinthia)에 차량 폭탄을 터뜨리고 소총을 쏘며 난입해 미국인 등 외국인 5명을 포함한 10명을 살해했다. 이 호텔은 평소 서방 외교관·기업인뿐 아니라 리비아 정부 관계자도 자주 이용한다.

리비아는 현재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6월 총선에서 비(非)이슬람계의 지원을 받은 압둘라 알타니(61)가 승리하며 정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총선에서 패한 이슬람계가 그해 8월 '리비아의 여명'이라는 무장 조직을 만들어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하고 임시정부를 선포했다. 알타니 총리가 이끄는 의회는 트리폴리에서 1200㎞나 떨어진 동부 투브루크로 피신했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총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상태다. 정당성이 없는 두 조직이 리비아를 동서(東西)로 양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카다피 잔류 세력 등 부족 중심으로 무장 단체 1700개가 전국에 산재해 있다. 이런 무장 단체가 IS 같은 테러 세력의 숙주(宿主)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부 벵가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이슬람 무장 단체 '안사르 알 샤리아'는 지난해 10월 IS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이 조직은 '리비아의 여명'과도 연대하고 있다. 동부 데르나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청년 슈라 위원회'는 IS에 가장 동조적이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해 10월 이 조직은 IS가 건설 중인 칼리프(이슬람 지도자) 왕국 합류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로드리게스 미군 아프리카사령관은 "리비아 동부의 IS 훈련소에서 200여명이 군사훈련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IS의 영향력이 리비아 동부에서 서남부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테러를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IS 리비아 지부'도 지난해 11월 IS의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워싱턴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이 이번에 알 카에다 조직원이었던 아부 아나스 알리비를 언급한 것에서 드러나듯 이전에는 알 카에다의 분파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IS가 탈레반 활동 무대인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비롯해 알 카에다 영향 아래 있던 리비아까지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