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 여기저기서 호텔을 비롯한 대형 빌딩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10여년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서 수십 개국 정상(頂上)들이 모여 국제회의를 한다는 것이 기적 아닙니까."

지난달 22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중심부인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만난 가이드 바트조릭(28)씨는 2016년 이곳에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가 열린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했다. 한국에서 유학을 한 그는 "한국도 88 올림픽을 계기로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크게 발전하지 않았느냐"며 "몽골도 아셈 정상회의를 그런 도약판으로 삼으려 한다"고 했다. 광장 남쪽에는 아셈 회의를 겨냥한 최고급 샹그릴라 호텔 2개 동이 건설되고 있었다. 바트조릭씨는 "저 호텔은 짓기도 전에 일본 대표단이 이미 예약을 해 유명해졌다"고 했다. 광장에 설치된 야외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몽골국립대학생 자르자야(21)씨는 "지금 울란바토르는 곳곳이 공사 중"이라고 했다.

고층 아파트도 속속 들어서 - 몽골이 내년 아셈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를 잇따라 유치하면서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에선 호텔과 고층 아파트 신축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정상 50여명이 참석하는 아셈 회의를 유치한 것은 체제 전환 후 몽골의 경제성장과 국제적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몽골은 아셈 회의 역대 개최국 중 인구(약 300만명)나 GDP(약 120억달러) 규모가 가장 작은 나라다. 주몽골 한국 대사관 신상균 서기관은 "아셈 회의 개최는 몽골의 체제 전환이 성공했고, 국제사회로부터 미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증거"라고 했다. 몽골은 2013년에는 민주주의공동체(CD) 의장을 맡아 각료회의를 주최했다. CD는 민주주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민주 국가들의 협력체로, '신생 민주주의 모범 국가'에 의장을 맡기는 전통이 있다.

울란바토르 남쪽 지역에서는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신(新)공항 건설이 한창이다. 이 역시 아셈 등을 계기로 늘어나는 외국인 입국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다. 몽골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우형민 서울그룹 회장은 "1996년 처음 몽골에 왔을 때 공항 청사 문이 나무 판자로 돼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며 "몽골은 아직 문제가 많긴 하지만 '민주주의 정착→국제사회 인정→경제발전'이라는 선순환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몽골은 체제 전환 후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를 끌어들여 경제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세계 최대의 구리 광산인 오유톨고이와 타반톨고이 광산에는 중국·미국·일본·호주 등지의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했다. 이 같은 외자 유치에 힘입어 몽골은 2011년 17.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연평균 10% 안팎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국제 광물 가격 하락과 해외 투자 감소로 성장세가 다소 꺾였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수치다.

그러나 체제 전환 후의 급성장 이면에는 빈부 격차 확대 등 그림자도 적잖다. 울란바토르 중심부 센트럴타워 명품점의 루이뷔통 매장은 아시아에서 단일 매장으로 매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톨'이라는 강 이남의 '강남' 지역에는 50억원이 넘는 호화주택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반면 시내 중심부를 조금만 벗어나면 '폐타이어 1개 1000투그릭(약 560원)'이라는 팻말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땔감이 없는 빈민층이 폐타이어를 태우며 영하 30도의 겨울 추위를 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울란바토르 시내에선 매캐한 폐타이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서 울란바토르는 미세먼지 기준으로 가장 공기가 나쁜 도시 2위로 꼽혔다.

최근 몽골 TV에서는 쓰레기 하치장에 사는 아이들의 얘기가 보도됐다. 이희상 코트라 울란바토르 무역관장은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쏟아놓고 가면 어디선가 아이들이 하나둘씩 나와 쓰레기 더미를 헤치며 먹을 것을 찾는 장면이 방송됐다"고 했다.